한국이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보내는 사안과 관련해 ‘소피의 선택’에 직면했다는 진단이 나왔다. ‘소피의 선택’이란 미국 작가 윌리엄 스타이런의 소설 제목으로, 최선도 최악도 없는 상황에서 사람이 내려야 하는 극도로 어려운 결정을 뜻한다.
13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는 “한국은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보내는 것과 관련해 ‘소피의 선택’에 직면해 있다”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소피의 선택’은 동명의 소설에서 비롯한 단어다. 유대계 폴란드인 소피는 2차대전 당시 독일 나치에 체포돼 어린 아들·딸과 함께 아우슈비츠 수용소로 보내졌다. 독일군은 두 아이 중 가스실로 보낼 아이를 선택하라고 압박했고, 소피는 고민 끝에 딸을 선택한다.
소피의 선택처럼 한국은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보낼지 말지, 아들과 딸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다는 평가다.
1953년 한국 전쟁을 끝내기 위해 휴전 협정을 체결한 후 한국은 수십 년 동안 북한과 다시 싸워야 할 경우를 대비해 막대한 양의 포탄을 생산하고 비축해 왔는데, 우크라이나가 탄약 부족에 직면하자 서방 동맹국은 한국의 지원을 기대하며 관심을 강화하고 있다고 WP는 전했다.
한국 정부는 우크라이나에 경제·인도적 지원을 아껴오지 않았다. 한국은 개전 이후 전략물자에 대해 미국과 유럽연합(EU)의 수출 통제를 시행했고, 러시아 은행 일부를 세계은행간금융통신협회(SWIFT·스위프트)에서 배제했다.
러시아로부터 원유와 석유 제품 수입량을 70% 이상 줄이고, 우크라이나에 응급 의료품, 백신, 발전기 등 1억 달러(약 1230억원)를 지원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이 같은 지원에 ‘무기’는 빠져있었다. 이 때문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를 비롯한 서방에서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한국의 군사 지원 확대를 촉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앞서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지난 1월 한국을 방문해 한국의 무기 지원을 촉구했지만, 살상 무기를 지원하지 않는다는 한국의 입장에는 변화가 없었다.
당시 스톨텐베르그 총장은 “한국의 비살상적 원조에 대해서는 감사하지만, 탄약이 긴급히 필요하다”며 “결정은 한국이 내리겠지만, 분쟁 중인 국가에 무기를 수출하지 않는다는 정책을 내세웠던 나토 동맹국들 일부가 그 정책을 바꾸기도 했다”고 강조했다.
마테우시 모라비에츠키 폴란드 총리가 1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 내 아이젠하워 행정동에서 카멀라 해리스 미 부총리와의 면담에 앞서 연설 중이다. © 로이터=뉴스1 © News1 김예슬 기자 |
특히 WP는 최근 유출된 미국의 기밀 문서가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지원하라는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고 봤다.
유출 문서의 한 부분에는 “한국 관료들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윤석열 대통령에게 전화해 물품(무기)을 전달하도록 압력을 가할 것을 우려했다”고 적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 문건을 바탕으로 한 보도가 이어지자, 마테우시 모라비에츠키 폴란드 총리는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155mm 포탄을 지원할 수 있도록 바이든 대통령이 직접 나서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모라비에츠키 총리는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와 탄약 인도와 관련해 한국과 이야기를 나눴다”며 “하지만 미국의 개입 없이는 불가능할 것이다. 한국은 러시아와 중국의 반응을 두려워하고 있다”고 밝혔다.
(평양 노동신문=뉴스1) = 북한은 13일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 지도 하에 고체연료를 사용한 새로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포-18형(화성-18형)’을 발사했다고 14일 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보도했다. 김 총비서는 “적들에게 시종 치명적이며 공세적인 대응을 가하여 극도의 불안과 공포에 시달리게 할 것"이라며 "잘못된 저들의 선택에 대해 후회하고 절망에 빠지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
권기창 전 우크라이나 주재 한국 대사는 WP에 “러시아로부터 경제적, 외교적 보복을 당했을 때 동맹국이 한국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에는 한계가 있다”며 “한국은 실질적인 보복 위협에 직면해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직접 지원할 경우 러시아가 북한의 핵 무기 프로그램에 도움을 주는 등 러시아-북한 관계가 가까워질 것을 우려해 쉽사리 선택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고명현 아산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의 무기 프로그램에 도움이 도리 첨단 기술을 제공하는 등 참호 속 동맹을 넘어 러시아-북한 관계가 확장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을 수 있다”며 “한국은 이러한 시나리오를 피하려고 한다”고 WP에 밝혔다.
미 외교전문지 디플로맷도 “현 윤석열 정부는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지원할 경우 러시아가 북한의 무기 프로그램을 발전시키는 데 필요한 최신 항공기나 기타 기술을 제공함으로써 보복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WP가 입수한 국방정보국 평가에 따르면 전쟁은 2024년까지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크라이나는 하루에 약 7700발, 대략 6초에 한 발꼴로 포탄을 사용하고 있다.
매체는 한국이 인도적 지원 외에도 우회적인 방법으로 우크라이나를 돕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은 지난해 폴란드와 K2 전차와 K9 자주포를 포함하는 대규모 무기 수출 계약을 체결했고, 미국과도 155mm 포탄 10만 발 판매 거래를 맺었다. 폴란드와 미국이 자국 무기 보유율을 유지하면서 우크라이나에 자체 장비를 보낼 수 있게 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