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정책금리를 인상하면서 우리나라 기준금리(연 3.50%)보다 2%포인트(p) 높은 금리를 운용하게 됐다.
한미 금리차가 2%p로 벌어진 것은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기존 금리차인 1.75%p만 해도 역대 최대치였는데 더욱 확대된 것이다.
만일 다음 달 기준금리 결정까지 환율 변동성이 커질 경우 한국은행은 추가 인상을 고심할 수 있다는 전망이 일각에서는 제기된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연준은 미 동부시간으로 전날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연 5.25~5.50%로 0.25%p 인상했다.
연준은 지난해 3월부터 대략 15개월 동안 10차례 연속으로 금리를 올렸으나 지난 6월에는 금리를 동결했고 이번에 다시 인상한 것이다.
이로써 한미 금리차는 종전 최대치인 1.75%p를 넘어 2%p에 이르게 됐다. 보통 미국의 금리가 우리보다 높아야 정상인데, 지금은 우리가 미국보다 ‘돈값’을 덜 치르는 이례적인 상황이다.
연준의 이번 금리 인상은 사실상 예고된 수순이었다.
미 시카고상업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금리 선물 시장은 앞서 연준의 7월 금리 인상 확률을 99%로 반영했다.
하지만 역대 최대 금리차가 더 벌어진다는 예상 속에서도 환율은 1200원대 후반으로 비교적 안정된 모습을 보였다. 전날 환율은 하루 전보다 0.9원 내린 1274.5원에 마감했다.
물론 과거 10년 평균(1145원)보다는 높지만, 금리 차가 급격히 확대됐던 작년 하반기(1349원)보다는 낮은 수준이다.
한미 금리 역전은 시장에 좋지 않은 신호로 받아들여지는 경우가 많다. 특히 금리 차에 부담을 느낀 외국계 자금이 한국 시장을 이탈할 수 있다는 우려가 끊이질 않는데, 사상 최대 수준의 한미 금리 역전이 예고됐음에도 외환시장 불안 조짐은 거의 보이질 않는 상황이다.
이에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다음 달에도 ‘5회 연속 동결’이 유력하다는 것이 대다수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한미 금리차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고, 그로 인한 외환·금융시장 내 반응이 금리 결정에 중요하기 때문이다.
한은도 과거 수차례에 걸쳐 “한미 금리차에 기계적으로 반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13일 기자 간담회에서 “금리 차가 커졌음에도 환율은 방향을 바꾸고 있다”며 “금리 차가 벌어지면 환율이 절하된다는 공식은 왜 현실로 일어나지 않는지, 그렇게 주장하신 분한테 물어 보시라”고 언급했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금리차는 단순 수치보다 시장의 반응이 중요하고 특히 가격 지표로서 환율의 반응이 중요하다”면서 “환율이 작년보다 확실히 안정된 가운데 무역수지도 흑자로 전환했고 향후 반도체 경기가 돌아설 경우 한두달 변동성이 있어도 이례적으로 넓은 범위의 금리차를 허용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미국의 금리 인상이 끝이라는 기대가 확산하며 9월 연준의 동결까지 뒷받침된다면, 연말에는 우리나라의 수출 회복을 따라 원화 강세를 예상하는 시선도 많다.
오히려 최근 한은 내에서는 외환시장 불안보다 ‘가계부채’를 이유로 금리 인상을 저울질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다만 이마저 부진한 경기와 연말 물가 불확실성 탓에 실제 인상으로 이어지진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상태다.
다만 연준이 9월 추가 인상에 나설 경우 한미 금리차가 2.25%p에 이르러 절대적인 격차가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존재한다. 이에 한은의 연내 금리 인하는 힘들지 않겠느냐는 예상에 무게가 실린다.
이 총재는 지난 14일 외부포럼에서 기준금리 인하가 어려운 이유를 말하면서 “미국이 금리를 두 번 올릴 수 있기에 우리가 금리를 내리면 격차가 훨씬 커져서 외환시장이 어떻게 될까 하는 걱정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