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반도체 핵심품목 수출규제 조치를 해제하고, 한국 정부는 맞대응 성격으로 진행했던 세계무역기구(WTO) 불공정무역행위 제소를 취하하기로 16일 전격 합의했다. 양국은 또 화이트리스트(우대국) 원상 회복에도 공감대를 형성했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이날 오후 도쿄에 마련된 프레스센터에서 브리핑을 열고 “일본 측은 수출관리의 운용 변경을 통해 불화수소, 불화 폴리이미드, 포토레지스트 3개 품목에 대한 수출규제 조치를 즉시 해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장관은 이어 “한국 정부는 일본 측의 3개 품목 수출관리 운용 규정 변경 실시와 동시에 일본 측의 3개 품목 조치에 대한 WTO 제소를 취하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이제부터 일본에서 한국으로 3개 품목을 수출할 경우 허가기간 간소화 등 절차적 부담이 완화되고, 기업의 불확실성도 해소될 것”이라며 “이번 합의는 단순히 수출 규제 조치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첫발을 내딛는 것으로 한일 공조의 주춧돌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산자부는 지난 6일 한일 수출규제 현안 원상회복을 위한 양자협의 방침 발표 이후 14일~16일 사흘간 일본 경제산업성과 ‘제9차 한일 수출관리 정책대화'(국장급)를 열어 양국 수출 관리 당국의 체제·제도 운용·사후관리 등 전반을 논의해왔다.
한일 정부의 합의에 따라 일본은 수출관리의 운용 변경을 통해 반도체 핵심 품목인 △불화수소 △불화 폴리이미드 △포토레지스트 등 3개 품목과 관련한 수출규제 조치를 해제한다. 한국 정부는 일본이 3개 품목 수출관리 운용 규정 변경 실시와 동시에 불공정무역행위 WTO 제소를 취하하기로 했다.
이챵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15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제50회 상공의 날 기념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2023.3.15/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
앞서 일본 정부는 지난 2018년 10~11월 자국 기업(일본제철·미쓰비시(三菱)중공업)에 대한 우리 대법원의 강제동원 피해배상 판결이 나오자 수출규제 보복에 나섰다.
이듬해 7월 반도체 제조 관련 핵심소재를 시작으로 우리나라에 대한 수출규제를 강화했다. 이어 2019년 8월엔 우리나라를 수출심사 우대국 명단(화이트리스트)에서도 제외했다. 우리 정부는 이같은 일본 정부의 조치가 무역보복이라는 입장을 표명하며 2019년 9월 WTO에 제소했다.
4년여 간 지속되던 양국간 무역분쟁은 지난 6일 우리 외교부가 강제징용 대법원 판결 관련 정부 입장’ 발표를 통해 2018년 대법원 확정 판결에서 일본 전범기업(일본제철·미쓰비시(三菱)중공업)에 승소한 강제동원 피해자 총 15명(생존자는 3명)을 대상으로 행정안전부 산하 공공기관인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하 재단)을 통해 판결금(1인당 1억원 또는 1억5000만원) 및 지연이자를 지급할 계획이라고 밝히면서 분위기가 급변했다.
양국 외교당국 발표에 뒤이어 우리나라 산업부와 일본의 경제산업상 등 수출 관계당국이 조속한 시일 내 양자 관계를 복원시키는 큰 틀의 합의사항을 발표하며 통상무역 분야에서도 해빙 무드가 조성됐다.
한일 정부는 화이트리스트(국가 카테고리) 조치 회복에 대해서도 공감대를 형성하고 논의를 이어가기로 합의했다. 다만 양국이 각각 화이트리스트 배제 조치를 취했던 만큼, 관련 법과 제도의 정상화를 위해서는 다소간의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이 장관은 “화이트리스트 변경은 양국 모두가 각각 취한 조치로, 제도 변경을 위해서는 법과 절차의 시간이 필요하다”며 “일본은 우리 대통령령에 해당하는 것을 의결했고, 우리는 산업부 고시 개정 절차를 밟아야 한다. 두 경우 모두 법적 의견 수렴 절차가 필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