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오션이 60조 원 규모의 캐나다 순찰 잠수함 프로젝트(CPSP)를 단순한 방산 계약이 아닌 ‘국가 재건(Nation-building)’ 프로젝트로 재정의하며 승부수를 던졌다. 기술 경쟁을 넘어 일자리·제조업·에너지·첨단 산업을 아우르는 장기 경제 구상을 전면에 내세워, 캐나다 정치·행정의 중심인 오타와를 정조준한 행보다.
한화오션은 캐나다 유력 정치 전문지 ‘힐타임스(The Hill Times)’에 실은 스폰서 기고를 통해 “CPSP는 잠수함을 몇 척 파는 사업이 아니라, 캐나다에 2040년대까지 지속되는 산업·고용 엔진을 심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경쟁사 독일 TKMS가 AI·첨단 기술과 투자 패키지를 앞세운 가운데, 한화오션은 캐나다 정부가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일자리와 제조업 부흥을 핵심 키워드로 선택했다.
숫자로 제시한 약속…”15년간 20만 잡-이어”
한화오션은 글로벌 회계·컨설팅 기업 KPMG의 분석을 인용해 구체적인 고용 효과를 제시했다. 한화 주도의 산업 협력 프로그램이 2026~2040년 동안 누적 20만 잡-이어(Job-Years)의 고용을 창출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를 연간 기준으로 환산하면 매년 약 1만 3000명의 일자리가 유지되고, 고용 정점기에는 연 2만 6000명까지 확대될 수 있다는 계산이다.
한화오션은 이 일자리들이 건설기에만 반짝하고 사라지는 단기 고용이 아니라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잠수함 건조 이후 수십 년간 이어질 유지·보수·정비(MRO), 후속 군수 지원, 시스템 통합과 운영 인력이 포함된 것으로, 캐나다 산업의 중추를 형성할 장기·상시 고용이라는 설명이다.
잠수함을 ‘관문’으로…전 산업으로 확장
한화오션의 제안은 CPSP를 전 산업 협력의 출발점으로 설정한다. 현재 한화그룹은 에너지, 철강, 조선, 항공우주, 첨단 제조, 인공지능(AI), 위성·센서 기술 등 20여 개 산업 프로그램을 캐나다에서 추진하거나 검토 중이다.
해상풍력·LNG 등 에너지 인프라, AI·디지털 엔지니어링·사이버 보안 등 첨단 기술, 온타리오·퀘벡·브리티시컬럼비아를 축으로 한 제조업 투자가 동시에 거론된다. 한화오션은 “방위 산업을 마중물로 삼아, 자동차·항공·자원 개발 등 다른 한국 기업들의 캐나다 진출까지 견인하는 산업 연쇄 효과를 노린다”고 밝혔다.
현지 100여 개 기업과 ‘원팀’
이 같은 구상은 현지 파트너십으로 구체화되고 있다. 한화오션은 지난 2년간 밥콕 캐나다, L3해리스 캐나다, 블랙베리, CAE, PCL 건설 등 방산·기술·인프라 기업을 포함해 100곳이 넘는 캐나다 기업·기관과 협력 관계를 구축했다. 단순한 하청 구조가 아니라, 장기 동반자 모델을 통해 캐나다 내 산업 생태계에 뿌리내리겠다는 전략이다.
김희철 한화오션 대표이사는 “우리의 초점은 단기 수주가 아니라 캐나다에 남는 산업 역량과 일자리”라며 “전국의 파트너들과 함께 수십 년 동안 캐나다 경제의 회복력과 안보를 동시에 떠받칠 기반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캐나다 잠수함 사업은 이제 성능 경쟁을 넘어, 누가 캐나다의 미래 산업과 고용을 책임질 수 있는가를 묻는 시험대로 변하고 있다. 한화오션은 이 전선을 ‘성능 vs 성능’이 아닌 ‘국가 경제 동맹’의 문제로 끌어올리며, 수주전의 프레임 자체를 바꾸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