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지난해 미국에서 발생한 ABS(Anti-lock Braking System) 모듈 집단소송에 대한 맞소송에서 최종 승소, 소송 리스크를 털어냈다. 법원은 원고측이 주장하는 재산권 침해 등이 업체의 대응과 직접적인 연관성이 없다고 판단, 현대차의 손을 들어줬다.
8일 캘리포니아 중부 지방법원에 따르면 현대차·기아는 지난 5일 3억2600만 달러(한화 약 4318억1960만 원) 규모 ABS 집단소송에서 최종 승소했다. 맞소송 제기 1년 만이다.
앞서 현대차·기아는 지난해 5월 캘리포니아 중부 지방법원에 ABS 집단소송에 대한 맞소송을 제기했다. ABS 모듈 리콜 시기가 늦어 피해를 봤다는 원고 측의 주장을 납득할 수 없다는 이유였다. ABS는 자동차가 급정거할 때 바퀴가 잠기는 현상을 막아주는 특수 브레이크다.
당시 현대차·기아는 원고가 주장하는 피해 손실은 회사의 대응과는 전혀 관련이 없다는 입장을 내놨었다. 오히려 원고의 오용, 과실, 누락 등으로 인해 발생한 사고를 억측한 결과라고 주장했다. 원고가 문제 삼은 차량 운행 중 ABS 모듈 화재 발생 가능성에 대해선 ‘낭설’이라고 못 박았다. 운행 중 ABS 모듈의 역할이 따로 없기 때문에 화재가 일어날 가능성은 ‘제로(0)’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묵시적 보장’ 위반도 해당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리콜 등 적절한 조치를 취했음에도 원고가 문제를 해결할 기회를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묵시적 보장이란 계약서에 명시적으로 보장되지 않았지만 묵시적으로 보장되는 조항을 말한다. 서면이나 구두로 약정되어 있지 않아도 사회 통념상 해당 상품이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품질수준에 대해 보증해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소송 리스크는 현지 브랜드 이미지에 큰 타격을 주는 만큼 이번 승소는 향후 억측에 따른 집단소송이 무분별하게 발생하는 것을 예방하는 선례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현대차·기아 대상 ABS 집단소송은 지난해 2월 현대차·기아가 ABS 모듈 관련 리콜을 발표하면서 시작됐다. 해당 리콜 건은 이물질 유입으로 인한 합성으로 엔진화재가 발생 가능성을 방지하기 위해 이뤄진 것으로 당시 현대차·기아는 리콜 대상 차량 소유자들에 차량을 추가 화재의 위험이 없는 외부에 주차할 것을 당부했다.
이에 북미지역 소유주들은 같은해 3월 돌연 집단소송을 제기했다. 리콜 늑장대응이 재산권을 침해하고 불편을 줬다는 이유였다. 법률 대리인으로는 지난 2020년 현대차 집단 소송을 진행한 경험이 있는 △페건 스콧 LCC(Fegan Scott LLC)과 △렌즈 로이어, PLC(Lenze Lawyers, PLC) 등 현지 로펌 두 곳을 세웠다.
특히 리콜 발표와 함께 전달한 외부 주차 권고를 문제 삼았다. 차고의 편리함을 누릴 수 없게 되면서 재산상 피해를 비롯해 부당한 부담을 느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리콜에 상응하는 적절한 수리가 없었고 리콜을 완료하는 데까지 긴 시간을 허비했다고 불만을 제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