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야심차게 추진한 일대일로(BRI) 프로젝트로 자금을 빌려간 75개 최빈국이 올해 220억 달러(약 32조2400억 원) 규모의 역대 최대 부채 상환 압박에 직면하면서, 중국의 글로벌 대전략이 전방위로 흔들리고 있다.
에포크타임스는 최근 보도에서 중국이 10여 년간 추진한 경제·군사·기술 굴기 전략이 곳곳에서 실패하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과 전략적 대타협을 통해 21세기 국제 질서를 재편할 기회를 맞았다고 분석했다.
일대일로 부채 폭탄, 32조 원 상환 압박
호주 로위 연구소가 올해 5월 발표한 보고서를 보면, 중국의 일대일로 자금을 받은 개발도상국 75개국이 2025년 중국에 총 220억 달러를 상환해야 한다. 로위 연구소 라일리 듀크 연구원은 “개발도상국들이 중국에 대한 엄청난 부채 상환과 이자 비용에 시달리고 있다”며 “지금부터 앞으로 10년 동안 중국은 개발도상국에 은행 역할을 하기보다는 채권 회수에 더 집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2013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야심차게 시작한 일대일로는 아시아부터 유럽, 아프리카까지 140개국 이상이 참여하는 글로벌 인프라 프로젝트였다. 하지만 10여 년이 지난 현재, 스리랑카 함반토타항, 케냐 철도 등 주요 프로젝트들이 부실화하면서 ‘부채 함정’ 논란에 휩싸였다. 미국 버지니아주 윌리엄 앤 메리 대학 에이드데이터 연구소는 개발도상국이 중국에 갚아야 할 미결제 부채가 최소 1조1000억 달러(약 1612조 원)에 이른다고 분석했다.
중국 경제 위기 심화, GDP 대비 부채 309%
중국 내부 경제 상황도 악화 일로다. 카네기국제평화재단 자료를 보면, 올해 6월 말 기준 중국의 총사회융자 규모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309%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말 303%에서 6개월 만에 6%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같은 기간 명목 GDP 성장률은 4.1%에 그쳤다. IMF는 2008년 이후 전 세계 부채 대비 GDP 비율 증가분의 절반 이상을 중국이 차지한다고 밝혔다.
중국의 기술 굴기 전략도 미국의 수출 규제로 제동이 걸렸다. 미국이 첨단 반도체 제조 장비 수출을 통제하면서 중국의 반도체 자립화 계획이 난항을 겪고 있다. 업계에서는 중국이 수천억 달러를 투입했음에도 최첨단 반도체 분야에서 미국·한국·대만과의 기술 격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권위주의 동맹국 연쇄 약화
중국의 전략적 파트너들도 곳곳에서 약화하고 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예상보다 큰 피해를 입으며 국력이 소진되고 있다. 중국 왕이 외교부장은 최근 인터뷰에서 “중국은 러시아가 전쟁에서 지는 것을 매우 우려한다”며 “그럴 경우 미국이 중국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해 중국의 전략적 딜레마를 드러냈다.
중동에서도 중국의 영향력이 후퇴하고 있다. 시리아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이 붕괴해 아사드가 러시아로 망명했고, 이란의 대리 세력인 하마스와 헤즈볼라가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큰 타격을 입었다. 이스라엘은 미국의 지원을 받아 이란 본토 내 핵심 군사·핵 시설까지 공격하면서 이란의 보복 능력을 크게 약화시켰다.
미중 무역 협상, 전략적 전환점 될까
업계에서는 중국이 권위주의 동맹국들과의 관계 약화와 경제 위기로 전략적 선택의 폭이 좁아지면서,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모색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은 올해 여러 차례 무역 협상을 진행했다. 지난 5월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1차 협상에서 양국은 90일간 관세를 상호 인하하기로 합의했고, 6월 영국 런던에서 열린 2차 협상에서는 희토류 수출과 반도체 규제 완화 등을 논의했다.
케빈 해셋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폭스뉴스와 인터뷰에서 “중국이 매우 간절히 협조하길 원하고 관계를 정상화하길 원하는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6월 26일 백악관 행사에서 “며칠 전 중국과 협정을 체결했다”고 밝혔으나 구체적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에포크타임스는 중국이 현재 사면초가에 몰린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일대일로가 부채 덫으로 변했고, GDP 대비 309%에 달하는 부채로 경제가 휘청이며, 러시아와 이란 등 전략적 파트너들마저 약화했기 때문이다.
매체는 이런 상황에서 중국이 경제 살리기와 고립 탈피를 위해 미국과의 관계 개선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에 러시아·이란·북한 지원 중단, 남중국해 군사 거점 철수, 기술 강제 이전 금지, 무역 불균형 해소 등 전략적 양보를 요구할 절호의 기회라고 보았다.
에포크타임스는 특히 중국이 과거처럼 강경하게 버티기 어려운 이유로 세 가지를 꼽았다. 첫째, 일대일로 실패로 개발도상국들의 신뢰를 잃었다. 둘째, 미국의 반도체 수출 규제로 기술 굴기가 좌초 위기에 놓였다. 셋째, 동맹국인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소진되고 이란이 이스라엘 공격으로 약화하면서 중국이 홀로 미국과 맞서야 하는 상황이 됐다는 것이다.
매체는 이런 요인 때문에 미국이 중국공산당 체제 변화까지 유도할 수 있으며, 성공할 경우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이 소련 붕괴에 기여한 것에 비견되는 역사적 업적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월가에서는 중국이 단기적 경제난 해소를 위해 전술적 양보를 할 수는 있어도, 공산당 일당 지배라는 체제 근간을 흔드는 근본적 변화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신중론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