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치러진 일본 참의원(상원) 선거에서 이시바 시게루 총리가 이끄는 자민·공명 연립여당이 과반 유지에 실패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일본 공영 NHK방송은 제27회 참의원 선거 출구조사 결과 자민당과 공명당이 과반 유지에 필요한 50석을 확보하기 어려워 보인다고 전했다.
이미 중의원(하원)에서 소수 여당으로 전락한 자민당은 이번 참의원 선거 패배가 확정되면 양원에서 모두 과반을 잃게 된다.
이번 선거는 참의원 의석 248석 가운데 절반에 해당하는 124석과 도쿄 선거구의 결원 1석을 포함한 총 125석을 놓고 치러졌다.
집권 자민당은 비개선(투표 대상이 아닌 의원) 의석 75석을 보유하고 있어 참의원 전체 과반(125석) 유지를 위해 이번 선거에서 50석을 확보하는 게 목표였다.
하지만 NHK 출구조사 결과 연립 여당의 예상 의석은 32~53석에 그쳤다. 자민당은 27~41석, 공명당은 5~12석을 획득할 것으로 예상됐다.
투표 마감 직후 발표된 아사히신문 출구조사에서도 연립 여당의 예상 의석은 50석 미만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점쳐졌다.
이번 선거에서는 제3야당 국민민주당과 ‘외국인 입국 규제’ ‘일본인 퍼스트’ 정책을 내세운 우익 포퓰리즘 정당 참정당이 약진하는 등 기존 정당 구도에 변화가 감지됐다.
기존 의석이 2석에 불과했던 참정당은 크게 약진해 10~22석을 획득할 것으로 전망됐다.
참정당은 보수 성향의 자민당 지지층을 상당수 흡수한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산케이신문과 후지뉴스네트워크(FNN) 정세 조사에 따르면 자민당의 텃밭으로 여겨지던 ‘1인 선거구’에서 자민당 후보들이 고전하는 주된 이유로 참정당의 잠식 효과가 꼽혔다.
제3야당인 국민민주당은 의석을 기존 4석에서 14~21석으로 확대할 것으로 예상됐다. 국민민주당은 물가 상승 대책과 같은 경제 이슈를 중심으로 유권자들의 지지를 얻었다.
반면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은 자민당에 대한 비판 표를 크게 흡수하지는 못했다. 개선 의석 22석을 보유했던 입헌민주당은 18~30석을 얻을 것으로 관측됐다.
이번 선거 결과로 이시바 내각은 국정 운영에 심각한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이시바 총리는 자민당 파벌 정치자금 스캔들로 기시다 후미오 내각이 퇴진한 후 취임했으나, 곧바로 실시한 조기 총선에서 패배하며 소수 여당으로 정권을 시작했다.
내각 지지율은 지난 6월 쌀값 안정 대책 등으로 소폭 상승하기도 했으나 여전히 20~30%대에 머물며 ‘지지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과반을 차지하는 상황이 지속됐다.
자민당은 국정의 바로미터로 불리는 도쿄도의회 선거에서도 이미 역대 최소 의석을 기록하며 참패한 바 있어 이번 참의원 선거 부진은 예견된 결과라는 분석이 많다.
이시바 총리는 선거 기간 최소한의 지원 유세만 하는 등 이번 선거와 거리두기를 시도했으나 정권에 대한 비판 여론을 피해가지는 못했다.
참의원은 임기 6년으로, 3년마다 절반씩 새로 뽑는다. 이번 선거에는 전국 45개 선거구와 비례대표에 총 522명이 입후보했다.
한편 이번 선거에서 사전 투표에 참여한 일본 유권자는 전체의 25.12%에 해당하는 약 2618만 명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