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상호관세 부과 시한인 8월 1일이 이틀 앞으로 다가오면서 정부가 협상 타결을 위해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대통령실은 대응 과정을 철저하게 보안에 부치며 물밑 작업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협상 카드 노출 시 타결 과정에서 미국 측의 과도한 요구를 수용해야 하는 상황이 연출될 수 있는 만큼 ‘전략적 침묵’을 이어가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물밑에서는 상당 규모의 대미 투자계획을 마련하는 등 분주하다.
30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은 미국 현지 협상팀과 대통령실 참모진으로부터 상황을 수시로 보고 받으며 한미 통상·안보 협상을 지휘하고 있다. 관련 대책 회의도 비공개로 주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는 관세는 물론 방위비 등 안보 현안도 얽혀있어 미국과의 협상에서 고차방정식을 풀어야 한다. 특히 일본과 유럽연합(EU)이 미국과의 협상에서 자동차 품목 관세를 15%를 낮춘 만큼 우리나라도 주력 산업인 자동차의 수출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최소한 15%라는 세율은 사수해야 한다.
이를 위해 대미 투자와 농축산물 시장 개방, 디지털 비관세 장벽 해소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정부도 이같은 카드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미국과 협상을 진행 중이다. 앞서 미국과 협상을 타결한 일본·EU의 합의안이 모범답안처럼 여겨지고 있어서다.
다만 대통령실은 협상 과정에 대해 함구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과의 협상 타결 과정에서 대미 투자액 4000억 달러를 5500억 달러로 늘리는 등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만큼 만약을 대비해 우리의 패를 미리 공개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으로 보인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도 전날(29일) “협상 과정 자체가 드러날수록 오히려 국익에 도움이 되느냐, 안 되느냐의 차원으로 접근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며 “협상 카드에 대한 과도한 호기심이나 혹은 알 권리라는 문제가 되레 우리 국익에 어려움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자세한 말씀을 못 드리는 것”이라고 했다.
우리 정부는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을 필두로 미국 워싱턴DC에서 협상 타결을 위한 총력전에 나섰다.
전날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미국으로 출국한 구 부총리는 31일 스콧 베선트 미 재무부 장관과 회담을 앞두고 있다. 베선트 재무장관이 트럼프 2기 행정부의 통상 협상을 실질적으로 조율하는 것으로 알려진 만큼, 한미 간 통상 협상이 막바지에 이르렀다는 관측이다.
우리 정부는 관세를 낮추기 위한 대미 투자계획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이른바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에 조선(Shipbuilding)을 더한 ‘마스가(MASGA) 프로젝트’를 비롯해 2000억 달러에 육박하는 대미 투자를 구상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쌀·소고기 시장 개방과 국방비 인상 등 안보 카드도 테이블 위에 올려 미국과의 의견 조율에 나선다는 방침이지만 가능한 미국이 매력을 느낄 만한 투자 카드 제시로 농축산업을 보호하는 방향으로 협상을 진행한다는 게 정부 측 방침으로 알려졌다. 앞서 우상호 정무수석 또한 “농축산물 요구도 있지만 가능한 국내 산업 보호를 위해, 양보 폭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결국 관세율을 낮추는 조건으로 대미투자를 건네되 시장 개방과 비관세 장벽 철폐 등 우리가 내줄 카드는 최소화할 수 있느냐가 한미 협상의 최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김동관 한화 부회장에 이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미국 출장길에 오른 것도 정부 협상팀을 지원사격하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재계에서는 이 회장과 김 부회장이 각각 반도체와 조선 분야 대미 투자와 한미 협력 방안을 제안하기 위해 미국으로 향한 것으로 보고 있다.
김태황 명지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미국이 일본과 EU와 협상을 타결하면서 유사한 수준에서 한국을 배제할 특별한 이유는 없다”고 협상 타결을 전망하면서도 “상호관세와 자동차 품목 관세를 15% 이하로 받지 못한다면 우리도 배수진을 쳐야 한다. 미국의 즉흥적이고 일방적인 요구나 압박에 대해 트럼프 페이스에 말려들어 가선 안 된다”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