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금리를 9개월 만에 처음으로 인하했다.
연준은 17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마치고 기준금리를 0.25%포인트(p) 낮췄으며, 올해 남은 회의인 10월 30일과 12월 17일에도 각각 추가 인하를 단행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연준은 경기 둔화와 고용 불안에 대응해 통화정책 기조를 완화하는 방향으로 선회하고 있다.
FOMC는 이틀간의 회의를 마친 뒤 기준금리를 25bp(0.25%포인트) 인하해 4.00~4.25%로 조정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지난해 12월 이후 첫 인하로, 9개월 만에 금리 인하가 재개됐다.
이번 결정은 찬성 11명, 반대 1명으로 통과됐다. 반대표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임명한 스티브 마이런 신임 이사가 던졌다. 백악관 경제 고문직을 유지한 채 회의에 참석한 마이런은 0.5%포인트 인하를 주장했다.
반면, 지난 7월 금리 동결 결정에 반대하며 인하를 요구했던 크리스토퍼 월러와 미셸 보우먼 이사는 이번 0.25%포인트 인하 결정에는 찬성표를 던졌다. 월러와 보우먼은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 1기에 임명한 인사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회의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번 금리 인하는 일종의 위험 관리 인하(risk management cut)”라며 “노동시장과 관련된 위험이 매우 달라졌고, 실제로 식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회의에서 50bp 인하에 대한 광범위한 지지는 전혀 없었다”며 “지난 5년간 큰 폭의 금리 조정을 해왔지만, 그런 조치는 정책이 명백히 잘못된 방향에 있을 때만 필요하다. 지금은 그런 상황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연준은 이번 금리 인하의 배경으로 고용 증가세 둔화와 실업률 상승을 지목했다. 성명에서는 “고용에 대한 하방 위험이 증가했다”고 밝혔으며,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목표치(2%)를 상회하고 있음에도 노동시장 안정이 우선 고려됐다고 설명했다.
8월 실업률은 4.3%로 상승했으며, 지난 1년간 실제 고용 증가폭은 기존 발표보다 약 100만 개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준은 2025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4%에서 1.6%로 상향 조정했지만, 실업률과 인플레이션 전망은 유지했다.

3개월 만에 업데이트된 점도표에 따르면 올해 기준금리는 남은 기간 두 차례, 총 0.5%포인트 추가 인하될 것으로 전망됐다. 이번 인하까지 감안하면 모두 3번이다. 이는 6월 점도표 상의 전망(연내 2번)보다 한 차례 더 늘어난 것이다. 하지만 마이런 이사로 추정되는 1명은 총 1.25%포인트 인하를 주장하며 이견을 보였다.
2026년과 2027년에는 각각 0.25%포인트 한번씩 인하가 예상된다. 연준의 중립금리는 2027년 2.4%로, 현재보다 1.75%포인트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번 인하까지 포함하면 총 2%포인트 인하가 예상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초여름 요구했던 3%포인트에는 미치지 못한다.
시장 역시 연준보다 더 완화적인 전망을 반영하고 있다. CME 페드워치툴에 따르면, 금리선물 시장은 내년 2~3차례 인하를 기대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준에 지속적으로 공격적인 금리 인하를 요구해왔으며, 마이런 이사의 임명과 리사 쿡 이사의 해임 시도는 연준의 독립성에 대한 우려를 불러일으켰다.
쿡 이사는 모기지 사기 혐의로 고발됐지만 기소되지는 않았으며, 이번 회의에 참석했다. 연준 내부의 정치적 긴장과 정책 결정의 독립성 문제는 향후 통화정책의 신뢰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