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이 역대 최장 기록을 훌쩍 넘어 40일째 이어진 9일(현지시간) 미국 상원이 교착 상태를 깰 극적인 타협안을 논의하고 있다.
정치전문매체 더힐에 따르면 공화당이 기존 건강보험개혁법(ACA·오바마케어) 보조금 지급 방식을 바꾸는 대안을 제시하자 일부 민주당 의원들이 협조 의사를 내비쳤다.
이에 따라 이르면 이날 중 상원에서 관련 절차를 놓고 표결이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 잠정 합의안에는 내년 1월 말까지 정부 운영을 재개하는 임시 예산안과 일부 부처의 연간 예산안이 포함됐다.
“보험사 통하지 말고 국민에게 직접 지급” 공화당 대안
한 달 넘게 이어진 셧다운 협상의 핵심 쟁점은 연말에 만료되는 ACA 보조금 연장 문제였다. 민주당은 미국인 2000만 명 이상이 가입한 ACA 보험료 급등을 막기 위해 보조금 연장을 예산안 처리 전제 조건으로 내걸었으나, 공화당은 셧다운부터 해제해야 한다며 맞서 왔다.
하지만 주말을 거치면서 공화당이 기존 입장에서 선회해 새로운 해법을 제시하며 협상 분위기가 무르익었다.
공화당의 제안은 연간 약 300억 달러(약 44조 원)에 달하는 ACA 보조금을 보험사에 지급하지 말고, 그 대신에 해당 재원을 국민에게 직접 현금으로 지급하자는 것이었다.
이 돈을 가입자들이 유연지출계좌(FSA)나 건강저축계좌(HSA)에 넣어 보험료 본인 부담금이나 기타 의료비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해 소비자 선택권을 높이고 의료비 상승을 억제할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빌 캐시디 공화당 상원의원(루이지애나)이 주도한 이 법안에 대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또한 사회관계망서비스 트루스소셜에서 “돈을 빨아먹는 보험사가 아니라 국민에게 직접 돈을 보내야 한다”며 지지 의사를 나타냈다.
민주당 내 중도파 의원 중심으로 타협안 기울어
공화당의 파격적인 제안에 셧다운 장기화에 부담을 느낀 중도파 의원들을 중심으로 협상에 응하자는 목소리가 커졌다. 특히 공항 운영 차질과 저소득층 식비 지원 프로그램(SNAP) 중단 위기 등 국민적 피해가 가시화되면서 셧다운을 우선 끝내야 한다는 압박이 거세졌다.
결국 양당은 민주당의 핵심 요구였던 ACA 보조금 연장안을 이번 합의에서 제외하는 대신, 추후 상원에서 관련 법안에 대한 표결 기회를 보장받는 선에서 절충점을 찾았다.
아울러 셧다운 기간 중 트럼프 행정부가 단행한 일부 연방 공무원 해고 조처를 철회하는 방안도 합의에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약 10명의 민주당 상원의원이 셧다운 해제를 위한 절차 투표에 찬성할 것으로 예상돼 법안 통과에 필요한 60표 확보가 유력한 상황이다. 다만 민주당 내 진보파 의원들은 국민의 건강보험 가입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며 공화당 측 대안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존 슌 상원 공화당 원내대표는 이르면 9일 밤 하원을 통과한 임시예산안을 상정해 절차 투표를 진행할 계획이다. 여기서 60명 이상이 찬성하면 상원은 이 법안 내용을 이번에 합의된 패키지로 대체한 뒤 최종 표결을 거치게 된다.
상원을 통과한 법안이 하원에서 가결되면 대통령 서명을 거쳐 40여 일간의 셧다운 사태가 공식적으로 막을 내리게 된다.
상원 재무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론 와이든 의원(오리건)은 월스트리트저널(WSJ)에 “공화당은 이제 대형 보험사들을 어떻게 다룰지에 대해 이야기하자고 하는데, 그들이 진지하다면 나는 전적으로 찬성한다”며 “이 일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1월에 문을 닫아야 하는 기업들이 생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