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 계열 현대제철이 미국 루이지애나주 애센션 패리시에 58억 달러(약 8조 3000억 원)를 투자해 1700에이커(약 688만 평방미터) 규모의 초대형 제철소를 건설하는 과정에서 19세기 문화재 성격의 건물 일부가 철거돼 논란이 일고 있다.
현지 방송 WBRZ는 지난 28일(현지시간), 현대제철이 해당 부지 소유주에게 남아 있는 2채의 건물 철거를 연방 및 주정부 조사 완료 시점까지 중단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현대제철 측은 “문화재적 가치가 결정되기 전까지 추가 철거를 멈춰 달라고 요청했다”며 소유주 역시 이에 동의한 상태라고 밝혔고, WBRZ가 이를 확인했다.
미국 국가사적지 등록부 등재 “멀버리 그로브” 문화재 가치 쟁점
문제의 멀버리 그로브 플랜테이션은 도날드슨빌 북쪽 미시시피 강변에 위치한 1836년 건축의 대저택과 4채의 소작농 숙소(quarters houses), 물 저수조 등으로 구성된 역사 유산 공간이다. 1993년 10월 14일 국립사적지 등록부에 공식 등재된 이 건물 가운데, 소유주가 지난달 21일 보험 가입 불가 등의 이유로 2채를 철거한 뒤 지역사회 반발이 확산된 상황이다.
이들 건축물은 1890년대에 지어진 것으로, 지역 주민 사이에서는 “조부모와 삼촌이 태어난 곳” 등 특별한 의미를 가진 공간으로 여겨진다. 현지 주민은 “철거에 더 신중했어야 한다”고 밝혔다.
현대제철은 연방법인 국가역사보존법(National Historic Preservation Act) 106조에 따라, 문화재 건물을 보존해야 하는 연방·주정부 조사 절차를 진행 중이다. 해당 법률은 연방정부 허가, 자금 지원, 사업 승인 등이 문화재에 미치는 영향을 반드시 검토하도록 명시하고 있고, 문화적 가치가 확인된 이후 보호 또는 최소피해 조치를 규정하고 있다.
현대제철은 연방법에 따라 문화재 조사를 실시하고 있으며, 연방 건설 허가를 받기 전에 주 역사보존관(State Historic Preservation Officers)과 협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8조 3000억 원 초저탄소 제철소… 미국 최초 전기아크로 상업화 목표
현대자동차그룹은 올해 3월 루이지애나에 북미 첫 초저탄소 제철소 건설을 공식화했다. 해당 공장 내 투자액은 58억 달러(약 8조 3000억 원)로 미국 내 완성차 공급망 통합 강화를 목표로 한다. 사업지는 미시시피 강변 최대 단일 개발 예정지인 1만 7000에이커 규모 리버플렉스 메가파크의 핵심 시설로 조성될 예정이다.
제철소는 전기아크로(Electric Arc Furnace, EAF) 기반 첨단 친환경 공정으로 연간 270만 톤의 철강 생산을 계획하고 있다. 온실가스 배출량은 기존 방식 대비 70%가량 낮으며, 1300여 개의 직접 일자리가 새로 생기고 평균 연봉은 약 9만 5000달러(1억 3600만 원)로 알려졌다. 루이지애나주 경제개발청 추산에 따르면 현지 간접 고용 효과(4100여 개)를 포함할 경우 총 5400개의 일자리가 새로 창출된다. 해당 시설은 2026년 3분기 착공, 2029년 상업 생산(완공) 목표로 추진된다. 현대제철은 연간 약 360만 톤 철광석을 미국으로 수입해 심수 부두를 지역에 신설할 방침이다. 생산 철강은 현대차, 기아 등 미국 제조사에 공급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