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독립하지 않은 채 부모와 함께 거주하는 18~29세 연령층이 전체의 거의 절반에 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비율은 1940년대 수준으로 올라간 것이다. 미국에서는 이런 자녀를 ‘부메랑 키즈’라고 부른다.
미국에서 성인이 되면 부모 집에서 나와 독립하는 게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팬데믹 당시에 부모 집으로 돌아온 자녀가 급증했다. 포스트 팬데믹 시대에도 고물가, 고금리 사태와 주거비 상승, 대학 학자금 융자 상환 부담, 불안정한 취업 등으로 젊은 층이 경제적으로 독립하기 어려워졌다.
여론 조사 기관 해리스 폴(Harris Poll)이 지난 8월 4106명의 젊은 층을 대상으로 벌인 조사에서 부모와 함께 거주하는 사람의 약 90%가량이 부메랑 키즈가 된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적으로 독립하기 쉽지 않은 현실 속에서 실용적인 선택을 했다는 게 이들의 대체적 반응이다.
미국에서는 지난 2020년 팬데믹으로 인한 봉쇄가 확산하면서 부모 또는 조부모 집으로 주거지를 옮긴 젊은 층이 그 전에 비해 5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에서 2020년에 부모와 함께 거주하는 젊은 층 비율이 49.5%로 나타났다.
그 당시에는 비상 상황이어서 일시적으로 이 비율이 증가한 것으로 분석됐었다. 팬데믹 기간에는 대학들이 문을 닫고, 기업들이 감원에 나섰으며 원격 근무 체제가 확산하면서 이들이 부모 집으로 들어갔었다. 부모 집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주거비를 절감하고, 생필품 구입비를 부모에 의존할 수 있어 상대적으로 소비 생활을 하는데 여유가 있다.
미국에서 18~29세 연령층 2300만 명 중에서 현재 부모 또는 조부모와 함께 거주하는 사람의 비율이 45%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대공황 직후인 1940년대와 비슷한 비율이다. 대공황 직후에 여성은 일자리가 없어 결혼하기 전까지 부모 집을 떠나지 못했다. 남성도 농가에서 일손 부족 등으로 인해 부모 집에 머물렀다.
포스트 팬데믹 시대에 부모 집에 거주하는 이유로 응답자의 4분의 3가량이 경제적인 이유를 들었다. 대학 학자금 융자 빚이 7만 달러 이상인 사람은 현실적으로 보수가 괜찮을 일자리를 잡아도 독립을 꿈꾸기가 쉽지 않다고 전문가들이 지적했다.
지난 지난해 9월 미국 온라인 대출 장터 운영업체인 ‘렌딩트리’ 보고서에 따르면 팬데믹으로 인해 부모 집으로 주거지를 옮긴 밀레니엄세대와 Z세대의 67%가 팬데믹 2년이 지난 시점에도 부모와 함께 사는 것으로 나타났다. 퓨 리서치센터가 1971~2021년 미 인구통계를 분석한 보고서에 따르면 2세대 이상 성인이 함께 모여 사는 가구가 지난 50년간 4배 급증했다. 퓨 리서치센터는 2세대 이상이 함께 사는 가구가 현재 미국 인구의 18%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부모와 함께 사는 성인의 비율은 1971년에는 9%에 불과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