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트럼프 1기 당시 체결한 미국·멕시코·캐나다협정(USMCA) 재협상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북미와 멕시코에 생산 기지를 두고 있는 국내 대기업들이 잇달아 협정 연장의 필요성에 대한 의견을 제출했다.
24일(현지시간) 미 무역대표부(USTR) 홈페이지에 마감 시한인 지난 3일까지 접수된 의견은 총 1515건이다. 여기에는 멕시코와 캐나다에 생산 시설을 두고 있는 한국 기업들도 포함됐다.
USMCA는 1990년대에 체결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대체한 협정으로 2020년 7월 1일 발효됐다. 미국·멕시코·캐나다가 당사국으로 6년마다 재검토를 거치는 ‘일몰 조항’을 포함하고 있다.
내년 7월 1일 협정 효력을 6년 더 연장할지 결정하는 첫 번째 재검토가 시작될 예정이나, 트럼프 2기 행정부 들어 시작된 관세전쟁 여파로 USMCA를 통한 무관세 교역이 상당히 위축된 상태다.
게다가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제조업체에 더 유리한 조건으로 USMCA를 재협상하기를 원한다며 멕시코와 캐나다 양국에 관세 위협을 가하고 있어, 단순한 재검토가 아닌 실질적 ‘재협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전자는 “예측 가능한 무관세 환경의 유지·확보는 미국과 멕시코의 제조 운영·고용을 유지·확대하는 데 필수적”이라는 의견을 제출했다.
특히 USMCA 원산지 규정을 준수하는 기업들에 대한 현행 무관세 대우와 관련해 “철강, 알루미늄, 잠재적으로 반도체를 포함한 핵심 소재 및 이를 포함한 파생 제품에 대한 현존 또는 잠재적 관세는 투자 계획을 어렵게 하고 지역 경쟁력을 약화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삼성전자는 멕시코 티후아나와 케레타로에 생산 시설을 두고 TV, 모니터를 비롯한 각종 생활가전을 생산해 북미 지역에 공급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멕시코에서 생활가전과 자동차 부품을 생산하는 LG전자 역시 “USMCA 준수 제품이 추가 관세나 부과금의 대상이 되지 않도록 적절한 조치를 취해, 협정의 무결성과 원래 취지를 유지해 달라”고 요청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USMCA 재협상이 불확실성을 초래할 가능성을 우려하며, 기존 협정의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LG에너지솔루션도 “USMCA의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한 운영을 보장하는 것은 투자자 신뢰를 유지하고 북미가 글로벌 배터리 생산 중심지의 역할을 강화하는 데 필수적”이라며 연장을 요청했다.
한편 미국에 공장을 두고 있는 주요 글로벌 완성차 회사들도 USMCA 연장을 촉구했다.
미국 완성차 3사(GM·포드·스텔란티스)를 대표하는 미국자동차정책협의회(AAPC)는 USMCA가 “미국에서 운영되는 자동차 제조회사들이 전 세계적으로 경쟁할 수 있게 하고 효율성 향상을 제공한다”며 “연간 수백억 달러의 비용 절감을 가져온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