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조지아주 현대차·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에서 벌어진 대규모 이민 단속으로 미국에 진출한 외국 기업들이 덩달아 불안에 떨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9일(현지시간) 지난 4일 조지아주 한국 배터리 공장에서 한국인 노동자 수백명이 체포된 뒤 미국에 외국인 직원을 둔 다국적 기업들의 출장 중단과 법률 자문이 쇄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글로벌 로펌 HSF 크레이머의 매슈 던 미국 비즈니스 이민 부문 책임자는 “자신들도 위험에 노출돼 있는지 묻는 고객들 메일이 쏟아지고 있다”며 “본사 차원에서 우려해야 하는지, 미국 주재원이 위험에 처한 건 아닌지, 취업비자로 일하는 외국인 직원이 정부 단속 대상이 되는 건 아닌지 묻는다”고 말했다.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은 4일 조지아주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기습 이민 단속을 벌여 475명을 체포했다. 단일 현장에서 진행한 것 중 사상 최대 규모의 작전이다. 체포된 이들 중 300여 명이 한국인이다.
체포된 이들 대부분은 단기 상용비자(B-1)나 비자 면제 프로그램의 일종인 전자여행허가(ESTA)를 소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쿡 백스터 이민 전문 로펌의 찰스 쿡 창립자는 “기업 고객 2곳에서 연락이 왔다. 미국에 대규모 시설을 보유한 외국인 투자자들”이라며 “ICE 기습에 어떻게 대비해야 하는지 묻더라”고 했다.
글로벌 정책 자문사 DGA 그룹의 무역 컨설턴트인 타미 오버비 전 주한미국상공회의소장은 “한국인 노동자 수백 명이 범죄자처럼 보인 게 너무나 충격적”이라며 “한국뿐만 아니라 일본, 대만 및 미국에 대규모 투자를 하는 다른 무역 파트너들도 (체포) 영상과 사진을 봤다”고 말했다.
오버비 전 소장은 비즈니스 방문 비자 관련 대대적 단속에 휩쓸릴 위험이 가장 큰 업종은 본국 인재를 데려와야 하는 산업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배터리 제조, 조선, 반도체처럼 아시아에 비해 미국 노동자들의 기술적 전문성이 부족한 분야는 이런 인재가 특히 절실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대만의 한 재계 인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 정부에 메시지를 보내기 위해 정치적 목적의 단속을 한 것일 수도 있다”면서 “미국 정부는 예전과 매우 다르며 예측 불가하다”고 말했다.
크리스티 놈 미국 국토안보부 장관은 이번 사태가 대미 투자를 저해하진 않을 것이라며 “모든 기업이 미국 진출 시 게임의 규칙을 확실히 알 수 있도록 할 좋은 기회”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