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주요 소매업체들이 최근 크게 늘어난 관세 부담을 소비자들에게 은밀히 전가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제품 가격표에는 인상이 반영되지 않았지만 배송비, 처리비, 수입비 등의 명목으로 비용을 붙이는 방식이 확산되고 있다는 얘기다.
◇ ‘디 미니미스’ 종료 후 관세 직격탄
28일(현지시각) 악시오스에 따르면 지난달 말 미국 정부가 800달러(약 112만원) 미만 해외 소포에 적용되던 ‘디 미니미스’ 관세 면제 규정을 철회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의류, 가구, 장식품, 완구 등 생활 밀접 품목들이 직격탄을 맞았고 기업들은 이 비용을 어떻게든 소비자에게 떠넘기기 시작했다.
◇ 가격표는 그대로…숨은 비용만 치솟아
악시오스는 소비자들이 상품 가격표에는 변화를 느끼지 못하면서도 최종 결제 단계에서 예상보다 높은 금액을 마주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전했다. ‘배송비’나 ‘처리비’, 혹은 ‘수입비’ 같은 항목에 관세가 녹아 들어가 비교가 어렵게 된 것이다.
실제로 미국 최대 유통업체인 월마트와 타깃에서는 기존 가격표 위에 새로운 스티커를 덧붙이거나 라벨을 제거하는 방식으로 표시를 바꾸는 사례가 보고됐다.
◇ 전문가 “배송비 전가, 소비자 혼란만 키워”
소매시장 분석업체 리테일미낫의 스테파니 칼스 연구원은 “최근 배송비가 두 배 이상 오르는 경우가 많다”며 “관세 때문이라는 설명은 명확히 드러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글로벌데이터 소속의 닐 손더스 애널리스트는 “기업들이 상품 가격을 직접 올리면 소비자 반발이 크기 때문에 배송비처럼 눈에 덜 띄는 항목에 부담을 얹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그는 “과도한 배송비는 오히려 소비자 불신을 자극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 소비자 주의 필요
컨설팅업체 시몬-쿠처의 시크하 자인 파트너는 “관세 인상분을 소비자가 알아채기 어렵게 숨기는 방식은 단기적으로 기업에 이익이지만 장기적으로는 불매나 반발을 불러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소비자들에게 △배송비 변동 여부 △‘처리비·수입비’ 등 불명확한 항목 존재 △구매 전 최종 결제금액 확인 등을 필수적으로 점검하라고 조언했다.
◇ 연말 소비에도 영향
업계는 특히 관세 민감도가 높은 품목에서 앞으로 더 큰 폭의 가격 인상이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이는 블랙프라이데이와 크리스마스 시즌 등 미국 최대 소비 성수기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