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서울 전역과 경기도 12개 지역의 대출 규제를 대폭 강화했지만, 규제의 빈틈을 노린 비아파트와 비규제지역 수요가 늘면서 정책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 여기에 여당과 정부의 보유세 논란까지 겹치면서 시장 신뢰마저 흔들리는 모습이다.
22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경기도 구리시 인창동 ‘e편한세상 인창 어반포레’ 전용 39㎡ 아파트는 21일 기준 호가가 5000만 원 올라 6억5000만 원에 재등록됐다. 지난달 말까지만 해도 5억 원 후반대였던 매물이 급등한 것이다. 남양주와 의정부 등 규제를 피한 지역에서도 호가가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비규제·비아파트로 옮겨간 수요…풍선효과 뚜렷
비규제지역뿐만 아니라 오피스텔, 빌라 등 비아파트 시장에서도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송파구 한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대출 규제를 피하려는 실수요자들이 오피스텔이나 빌라로 눈을 돌리고 있다”며 “서울의 대체지로 경기도 비규제지역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10·15 부동산 대책을 통해 서울 전역과 수도권 12개 지역의 주택대출금액 대비 주택대출금액 한도 비율인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을 70%에서 40%로 낮추고, 실거주 의무를 강화했다. 이로 인해 다주택자뿐 아니라 1주택 실수요자의 대출 한도까지 줄어 매수세가 급격히 위축됐다. 그러나 규제를 피해갈 수 있는 비아파트·비규제지역으로 자금이 이동하면서, 과열 수요는 형태만 바꿔 확산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정책 신뢰성에도 타격이 나타나고 있다. 여당과 정부는 보유세 강화 여부를 두고 공개적으로 엇박자를 내고 있으며, 핵심 정책 입안자들의 부동산 거래 논란도 이어졌다.
이재명 대통령의 ‘부동산 책사’ 이상경 국토교통부 1차관은 정부 출범 직후 성남시 수정구 소재 아파트를 매도하고 같은 집에 전세로 거주했다. 이후 배우자가 전세를 끼고 다른 주택을 매입(갭투자)한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이 일었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강남권 재건축 단지 투자로 약 37억 원의 시세차익을 거둔 것으로 알려졌으며, 구윤철 기획재정부 장관도 유사한 방식으로 자산을 불린 정황이 드러났다.
특히 이상경 차관은 최근 10·15 부동산 대책을 설명하며 “돈을 모아서 집을 사라”, “전세 물량은 줄겠지만 월세 공급은 늘고 있다”고 발언해 여론의 반발을 샀다. 논란 확산 이후, 이날 예정됐던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 현장 방문 일정도 취소됐다.
핵심 정책 입안자 거래 논란, 실수요자 관망세 확산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본인들은 이미 갭투자로 수익을 실현했으면서, 국민만 집을 사지 말라는 정책을 내놨다”는 등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10·15 부동산 대책의 효과가 제한적이라고 진단한다. 수요 억제 중심의 단기 규제만으로는 장기적인 시장 안정이 어렵고, 공급 부족은 결국 다시 수요를 자극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서정렬 영산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대책이 효과는 있을 것이라 예상되지만, 규제만으로 수요를 장기적으로 억누를 수는 없다”며 “문재인 정부 시절 학습효과까지 있는 상황에서 향후 대책 방향에 따라 시장 반응이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강남권은 오히려 가격이 유지되거나 오를 가능성이 있고, 마포구 등 선호 지역은 단기적으로 흔들리겠지만 큰 폭으로 떨어지긴 어렵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