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는 미국이 ‘적대 정책’을 철회하고 자신들의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한다면 미국과 ‘좋게 지내지 못할 이유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26일 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9차 노동당 대회 폐막 소식을 알리며 지난 20~21일에 진행된 김 총비서의 사업 총화 보고의 주요 내용을 상세히 공개했다.
美에 ‘핵보유국’ 인정 요구 지속…”최강경 자세 변함없을 것”
김 총비서는 총화 보고에서 “세습적이고 고질적인 미국의 대조선(대북) 적대 정책으로 인해 현재 적국들의 연합 공조와 핵 요소가 동반된 군사적 움직임이 예측불가능한 위태로운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며 한반도 안보 위협의 주원인은 미국에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우리의 핵보유국 지위는 적수들의 잠재적 위협을 억제하고 지역 안정을 유지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 강력한 안전장치”라면서 “우리는 현재처럼 앞으로도 계속 미국과의 대결에 만반으로 준비하며 최강경 자세를 변함없는 대미정책 기조로 확고히 견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김 총비서는 “만약 미국이 공화국 헌법에 명기된 우리 국가의 현 지위를 존중하며 대조선 적대시 정책을 철회한다면 우리도 미국과 좋게 지내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도 말했다.
이는 미국이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하고 각종 제재 등을 철회하는 등 자신들에게 유리한 조건을 제시한다면 협상에 나설 가능성이 열려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기본적으로 지난 2018년에 비해 높인 대화의 문턱을 계속 고수하겠다는 입장으로 볼 수 있다.
김 총비서는 “조미(북미)관계의 전망성은 미국 측의 태도에 전적으로 달려 있다. 평화적 공존이든 영원한 대결이든 우리는 모든 것에 준비돼 있으며 그 선택은 우리가 하는 것이 아니다”라면서 모든 공을 미국에게 넘겼다.
韓에는 “유화 정책, 기만적이고 졸작”…’적대적 두 국가’ 고착화
반면 한국에 대해서는 “동족이라는 범주에서 영원히 배제할 것”이라며 강경한 입장을 고수했다.
김 총비서는 “전 역사적 과정도 그러했지만 최근 몇 년간, 가깝게는 올해 초에도 한국은 공화국에 대한 영공 침범 도발과 같은 엄중한 행위로 신뢰할 수 있고 공생할 수 있는 이웃이 아님을 명백히 보여줬다”라고 말했다. 윤석열 정부 때의 무인기 공작과 최근 불거진 민간 무인기의 대북 침투 사태를 여전히 ‘적대적 남북관계’의 명분으로 삼은 셈이다.
특히 김 총비서는 이재명 정부의 대북 유화 정책에 대해 “한국의 현 정권이 겉으로 표방하는 유화적인 태도는 서투른 기만극이고 졸작”이라며 수용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김 총비서는 또 ‘민족’과 ‘통일’ 등의 개념을 “과거 시대의 낡은 관념과 유물의 잔재”라고 표현하며, 이를 청산하고 한국을 ‘제1의 적대국’이자 ‘불변의 주적’으로 고착하기 위한 국가적인 대책들을 전격적으로 취했다고 밝혔다.
그는 “비현실적인 대화 협상, 교류 협력을 위해 존재하던 기구와 단체들을 정리하고 관련 법규와 합의서, 시행 규정들을 페지한 데 이어 남부 국경지역의 모든 연계 통로와 공간을 물리적으로 완전히 차단하기 위한 법률적, 행정적 조치들을 연이어 강구하였으며 군사적으로 요새화하는 조치들을 결행하고 있다”라고 부연했다.
남과 북이 지난 80년간 사실상 별개의 국가로 존재해 왔으며 유엔에도 각각의 국가로 가입돼 있다는 점을 거론하며 적대적 두 국가 정책의 현실성과 합리성을 내세우기도 했다.
김 총비서는 “아직도 한국의 일부 사람들이 국가 대 국가 간 관계로서의 조한(남북)관계를 규정한 우리 국가의 정당한 주권적 결정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고 있는데, 사실 그 자체가 법률적으로나 국제적으로나 두 개 국가로 공인돼 온 조한관계의 현 상황을 일방적으로 부정하고 어떠한 방식으로든 상대방을 흡수하겠다는 헛된 야욕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줄 뿐”이라며 두 국가 정책에 대한 비판에 반박했다.
그러면서 적대적 두 국가 정책이 ‘일시적인 전술적 조치’가 아닌 북한의 국익과 안전을 수호하기 위한 ‘역사적인 선택’이라고 못 박았다.
마지막으로 김 총비서는 “한국과 잇닿아 있는 남부 국경선을 가급적 빠른 기간내에 요새화하고 경계체계와 화력체계들을 보강할데 대한 당의 군사전략적 방침을 책임적으로 관철해야 한다”면서 “한국이 우리와 국경을 접한 지정학적 조건을 탈피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우리와의 모든 것을 단념하고 우리를 건드리지 않는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