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항공우주국(NASA·나사)이 2주전 지구에 착륙한 소행성 토양 샘플을 공개했다. 샘플이 생명 탄생에 필수적인 물과 탄소를 담긴 것으로 확인된 만큼 지구 생명체의 기원을 알 수 있는 단서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빌 넬슨 나사 국장은 11일(현지시간) 텍사스주 휴스턴에 있는 존슨 우주센터에서 나사의 무인 탐사선 ‘오시리스 렉스'(OSIRIS-REx)가 소행성 ‘베누'(Bennu)에서 채취한 샘플 사진을 공개했다.
사진은 소행성 베누의 토양이 필터를 통해 오시리스 렉스 내 저장통으로 빨려 들어갈 때 기계 바깥 부분에 달라붙은 것으로 작은 암회색 암석과 자갈, 먼지 등이 느슨하게 뭉쳐 있었다.
나사가 ‘보너스 샘플’이라고 부른 이 물질을 현미경과 엑스레이로 검사한 연구팀은 탄소 함량이 전체 중량의 5%에 달하는 물질과 섬유 구조 결정에 갇힌 물 분자를 발견했다. 다니엘 글래빈 연구원은 “초기 분석 결과 이 물질은 유기물로 가득 차 있었다”고 설명했다.
또한 보너스 샘플에서 황화철과 산화철 형태의 철광물을 확인했다. 애리조나대 소속 단테 로레타 연구원은 “이 자체로 (베누가) 물이 풍부한 환경에서 형성됐음을 나타낸다”고 분석했다. 토양이 저장된 캡슐은 현재 밀봉된 상태로 앞으로 2주간 체계적인 분해과정을 거쳐 온전하게 개봉될 예정이다.
본 샘플에서도 보너스 샘플과 같은 물질이 검출될 경우 지구 형성 초기 소행성 충돌로 생명체의 기원이 되는 유기물이 지구로 유입됐다는 과학계의 유력 가설을 뒷받침하게 된다. 베누는 45억년 전 화학적 조성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어 초기 태양계의 모습을 엿볼 수 있는 ‘블랙박스’ 역할을 하는 셈이다.
앞서 2016년 9월 발사된 오시리스 렉스는 4년 만에 지구로부터 3억2100만㎞ 떨어진 베누 상공에 도착했다. 이후 2년간 소행성 궤도를 맴돌다가 2020년 10월 로봇팔로 베누 표면에 있는 토양을 채취하는 데 성공했다. 이듬해 5월 베누를 떠나 태양 주위를 두 차례 공전한 뒤 19억㎞를 비행해 지난달 24일 지구로 안전하게 귀환했다.
지구에 소행성 토양 샘플이 온 건 2010년과 2020년 일본 우주국이 탐사선 하야부사1·2로 수행한 두차례 임무에 이어 역대 세번째다. 오시리스 렉스가 베누에서 채취한 양은 250g으로 이들 중 가장 많다. 당시 하야부사1이 소행성 이토카와에서 가져온 표본은 미립자 수준이었으며 하야부사2가 소행성 류구에서 채취한 양은 5g 정도에 불과했다.
캡슐은 존슨 우주센터에서 개봉 작업을 마치는 대로 소분돼 전세계 60여개 연구소와 200여명의 과학자들에게 발송된다. 오시리스 렉스는 미국 유타주 솔트레이크시티 인근 사막에 캡슐을 떨군 지 20분 만에 고도를 높여 또 다른 소행성 ‘아포피스'(Apophis)를 탐사하기 위한 새로운 여정을 시작했다. 계획대로라면 2029년 아포식스에 도착해 18개월 동안 소행성 표면을 연구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