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일 보도에 의하면미국 전체 주택의 53%가 지난 1년 동안 가치가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12년, 주택시장 붕괴가 바닥을 찍었던 시기 이후 가장 큰 하락 폭이다. 부동산 플랫폼 질로우(Zillow)의 최신 분석은 미국 주택시장이 “겉으로는 안정돼 보이지만, 실제로는 지역·도시·동네별로 큰 온도차가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남부와 서부 지역에서 가격 하락세가 두드러졌다. 금리 6% 이상 고착, 경기 침체 우려, 매물 증가, 가격을 내리지 않는 판매자들 사이의 ‘대치 상황’으로 인해 수요가 급격히 위축된 영향이다. 팬데믹 기간 ‘광적 상승’을 보였던 이른바 붐타운의 조정이 가장 가팔랐다.
덴버는 91%의 주택이 정점 대비 가격 하락, 오스틴은 89%, 새크라멘토는 88%가 떨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플로리다 주요 도시(잭슨빌·올랜도·탬파)도 80% 이상 주택 가치가 후퇴했으며, 텍사스의 달라스·샌안토니오 역시 85% 이상 하락률을 기록했다. 질로우 분석은 최근 S&P 케이스-실러(Case-Shiller) 지수가 발표한 “20대 대도시 중 9곳 가격 하락” 조사와 같은 흐름을 보인다.
전국 평균 주택가치는 정점 대비 9.7% 하락했지만, 2008년 금융위기 직후 기록한 27% 폭락과는 여전히 큰 차이가 있다. 무엇보다 ‘역부족(underwater)’ 상태의 주택은 극히 소수로 나타났다. 미국 전체 기준, 마지막 매입가격보다 현재 가치가 낮은 주택은 4.1%에 불과하며, 이는 팬데믹 이전보다도 낮은 비율이다. 신규 매물 중 손실 가격에 나온 비율도 **3.4%**로 2019년의 절반 수준이다.
장기 보유가 많은 버펄로·산호세·프로비던스·콜럼버스·샌디에이고에서는 시간이 지날수록 가치가 두 배 이상 오른 사례도 많아 보유자들의 자산 방어력이 강한 것으로 해석된다.
질로우 선임 연구원 트레이 만허르츠(Treh Manhertz)는 “주택 가치 하락이 체감상 충격적으로 느껴질 수 있으나, 이는 붕괴(crash)가 아니라 정상화(normalization) 과정”이라며 “지난 6년간 기록적인 상승이 있었기 때문에, 대부분의 소유자는 여전히 상당한 자산(에쿼티)을 보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구매자 입장에서는 여전히 매력적이지 않은 시장이라고 분석한다. 가격은 다소 떨어졌지만 금리가 너무 높고, 공급 증가가 구매 심리를 되돌리기엔 부족하기 때문이다. 결국 시장은 “팔기 어려운 판매자”와 “사기부담이 큰 구매자”가 버티는 교착 상태가 이어지는 모습이다.
미국 부동산 시장은 지역별로 극명하게 갈리고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급락 없이 완만한 조정 국면을 이어가고 있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