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부과가 적법한 토대에서 시행되고 있는 지에 대한 연방 대법원 판결이 임박했다.
트럼프 대통령 관세는 지난해 4월 전격적인 ‘상호관세’ 발표 당시 한동안 주식 시장을 나락으로 끌어내리는 악재로 작용했을 정도로 시장 파급력이 크다.
주식 시장에서는 지난달 초 공개된 JP모건 트레이딩 데스크의 분석보고서에 새삼 주목하고 있다.
시장 관심은 대법원 판결보다는 트럼프 행정부가 얼마나 빨리 대체 관세를 부과할지에 쏠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즉각적인 대체
JP모건은 크게 네 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는 64% 확률의 ‘즉각적인 대체’로 정부가 다른 법을 동원해 동일한 수준의 관세를 즉각 다시 매기는 경우다.
트럼프가 동원한 ‘국제 비상사태 권한법(IEEPA)’ 등이 권한 남용이라는 판결이 나오면 국가 안보를 이유로 관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한 ‘무역확장법 232조’나 ‘슈퍼 301조’로 알려진 ‘무역법 301조’ 등을 동원하는 것이다.
JP모건이 예상한 이 경우의 시장 반응은 초기 환호, 이후 실망 매물이다.
관세 철폐라는 헤드라인에 투자자들이 환호하면서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500 지수가 0.75~1% 상승하지만 곧바로 정부의 ‘플랜 B’가 가동된다는 소식으로 상승폭을 대부분 반납한다는 것이다.
기업들이 부담하는 실효 관세율은 변하지 않고, 경제적 실익도 없으며 S&P500 지수는 0.1~0.2% 상승에 그칠 전망이다.
가장 두려운 시나리오 ‘관세 유지’
시장이 가장 두려워하는 시나리오는 대법원이 트럼프의 손을 들어주는 것이다. 지금의 관세 체제가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대법원이 판결하면 시장은 타격을 받을 전망이다.
S&P500 지수가 0.3~0.5% 하락할 것으로 JP모건은 우려했다.
무엇보다 시장에 인플레이션(물가상승) 공포가 다시 고개를 들 수 있다는 점이 치명적이다.
관세 체제가 유지되면 수입 물가가 오르고, 인플레이션 압력이 지속되면서 시중 금리 기준물인 10년 만기 미 국채 같은 장기 국채 수익률이 급등할 수 있다. 이는 주식 시장에 치명적이다.
시장 흐름을 좌우하는 빅테크 주가를 지탱하는 미래 수익의 현재 가치가 낮아지는 데다, 연방준비제도(연준)의 추가 금리 인하가 물거품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확률도 26%로 낮지 않다.
대체 관세 지연
세 번째 시나리오는 대법원 판결로 관세가 무효가 되지만 행정부의 대응이 늦어지는 경우다. 11월 중간선거를 마친 뒤 새 관세 부과에 나서는 시나리오다. 확률은 9%로 낮다.
수개월 동안 관세가 사라져 기업 실적이 개선될 수 있다. S&P500 지수는 이 기간 1.25~1.5% 상승할 전망이다.
JP모건은 특히 이 경우 내수 위주의 중소형주가 모인 러셀2000 지수가 대형주보다 더 강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최고의 시나리오 ‘완전 철폐’
시장에 가장 좋은 시나리오는 대법원이 관세를 무효라고 판결하고, 행정부가 대체 관세를 포기하는 경우다. 가능성은 거의 없다. 1% 확률에 불과하다.
거의 가능성이 없는 이 시나리오에서는 S&P500 지수가 1.5~2% 급등한다.
이미 마련된 플랜 B
대법원이 관세를 무효화해도 행정부는 곧바로 플랜 B를 가동할 것으로 보인다.
그 핵심에는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이 있다.
JP모건에 따르면 베선트는 ‘슈퍼 301조’로 알려진 무역법 301조를 비롯해 무역확장법 232조, 무역법 122조 등을 동원해 기존 관세 체제를 완벽하게 복원할 수 있다고 장담하고 있다.
무역법 301조는 외국의 불공정 무역관행 또는 미 통상 부담을 이유로 관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무역확장법 232조는 특정 품목이 국가 안보를 위협한다고 판단될 때 수입 물량 제한, 관세 부과가 가능하다. 무역법 122조는 국제수지 위기에 대응하는 방안이다. 미 국제수지가 심각한 적자를 기록하거나 달러화 가치가 급변할 경우 대통령이 일시적으로 최대 150일 동안 15% 관세를 물릴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대법원 판결이 어떻든 트럼프 행정부의 의지가 워낙 굳건해 대체 관세가 즉각 적용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현실적인 이유도 있다.
미 관세 수입은 1년 사이 304% 폭증해 1240억 달러를 기록했다. 이 돈을 환급하게 되면 정부 부채 문제가 심각해진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관세 체제를 유지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