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말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 열리는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최고경영자(CEO)의 ‘초호화 결혼식’을 앞두고 시민단체들의 반발이 이어지는 가운데 환경단체 그린피스까지 가세했다.
23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 외신을 종합하면 그린피스 운동가인 클라라 톰슨은 “베네치아가 기후 위기의 무게에 가라앉고 있는 동안, 억만장자들은 마치 내일이 없는 것처럼 거대 요트에서 파티를 즐기고 있다”고 말했다.
그린피스는 억만장자들이 낮은 세금을 내는 반면, 지속 불가능한 생활 방식으로 인해 기후 위기를 악화시킨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캠페인 ‘베이조스를 위한 공간은 없다(No Space for Bezos)’는 베이조스의 결혼식으로 인해 도시 일부 구역이 폐쇄돼 지역 주민들에게 피해를 입히고, 요트를 사용하며 환경 문제를 발생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활동가 앨리스 바졸리는 “그는 시민들이 없는 것마냥 도시 전체를 개인 연회장 취급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시위에 가세한 캠페인단체 ‘모두가 일론을 싫어한다(Everyone Hates Elon)’도 “정부가 공공 서비스에 대한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동안, 제프 베이조스는 단지 결혼을 위해 며칠 동안 도시의 절반을 점유하고 있다”며 “불과 몇 주 전, 그는 11분짜리 우주여행에 수백만 달러를 썼다. 베이조스 같은 억만장자들이 부유세를 내야 한다는 신호가 있다면, 바로 이것”이라고 꼬집었다.
제이조스의 결혼식은 오는 26~28일 베네치아에서 열릴 것으로 예상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딸 이방카와 사위 재러드 쿠슈너를 비롯해 오프라 윈프리, 카일리 제너, 킴 카다시안과 같은 유명 인사, 그리고 구글의 에릭 슈밋과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 등 200명의 하객이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루이지 브루냐로 베네치아 시장과 루카 자이아 주지사는 이 결혼식이 경제를 활성화해 지역 기업에 도움이 될 것으로 믿고 있지만, 반발도 거세다.
시위자인 토마소 카치아리는 “베이조스는 자신이 도시를 인수해 자신만의 개인 파티 장소로 만들 수 있다고 오만하게 믿고 있다”며 “베네치아에 베이조스를 위한 공간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베이조스를 위한 공간은 없다’의 활동가 페데리카 토니넬리는 “이건 베네치아에 필요한 게 아니다”라며 “이미 과잉 관광으로 고통받고 있는 도시에 필요한 것도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단기적으로 돈은 들어오겠지만, 결국 돈은 전혀 들어오지 않는 셈”이라며 “우리는 도시가 관광객, 재벌, 그리고 도시를 사들이고 사유화하는 사람들에게 더 많이 침략당하는 것을 원하는가, 아니면 서비스, 일자리, 의료 시설, 학교, 대학을 원하는가? 우리는 평범한 사람들처럼 도시에 살고 싶은가, 아니면 최고의 가격에 팔고 싶은가”라고 지적했다.
공식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해 약 320만 명의 관광객이 베네치아를 찾았다. 베네치아의 인구는 5만 명에 불과하다.
오랜 기간 ‘오버 투어리즘(과잉관광)’에 시달려온 베네치아는 성수기인 4~7월 만 14세 이상의 모든 관광객에게 5유로(약 8000원)의 관광세를 부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