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탄핵 정국 여론조사에서 보수 결집 현상이 뚜렷하다. 그 중심에는 이른바 ‘애국청년’ 20·30대 남성들의 적극적·주도적 행동이 눈에 띈다. 국민의힘 지지율이 오르고, ‘정권 재창출’로 기운 무게추가 ‘정권 교체’와 대등하게 변화된 배경에도 2030 우파 남성들은 혁혁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윤 대통령 탄핵 정국 전면에 나선 청년 우파들은 보수 재건 희망의 불씨를 쏘아올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러나 과격한 집회·시위와 법원 난입 사태의 주동 역할을 하는 모습으로 중도층 이탈을 부추기는 등 공과가 엇갈리는 모습을 보인다.
27일 정치권에 따르면, 여권 지지율 상승과 탄핵 반대 집회를 이끄는 세력으로 보수화된 20·30대 남성층이 최근 여론조사에서 존재감이 두드러지고 있다.
YTN이 엠브레인리퍼블릭에 의뢰해 지난 22~23일 전국 유권자 1003명을 대상으로 시행한 조사 결과를 보면, 차기 대선 가상 양자대결 구도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오세훈 서울시장, 이 대표와 홍준표 대구시장이 각각 41% 동률이었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20·30대 여성은 이 대표를, 남성은 오 시장과 홍 시장에게 더 투표 의사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대표와 오 시장 양자 대결에서 20대 여성 49%는 이 대표, 18%는 오 시장을 지지했다. 20대 남성은 이 대표를 15% 지지하지만, 오 시장을 53% 지지했다. 30대 여성층에서도 이 대표(60%)는 오 시장(21%)을, 30대 남성들은 오 시장(53%)을 이 대표(21%)보다 더욱 지지했다.
청년층 보수화 현상의 배경으로 최근의 정치사적 격변을 꼽는 분석이 나온다. 20·30대 젊은 유권자 대부분은 고등학교와 대학생 시절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정국과 2017년 조기 대선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 당선에 크게 기여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에 대한 실망과 젊은 남성들의 페미니즘 반발 등으로 ‘청년층은 진보, 노년층은 보수’라는 프레임에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 청년 세대 내 성별에 따른 정치적 인식의 차이가 양 극단화되기 시작한 셈이다. 변화 기류를 감지한 여당은 지난 대선에서 이준석 당시 대표를 중심으로 이들을 집중 공략했고, 20·30대 남성들은 윤석열 정부 탄생의 캐스팅보트 역할을 톡톡히 했다.
보수화된 20·30대 남성들은 계엄 사태 초반까지만 해도 목소리를 적극 개진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달 초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통과와 체포영장 집행으로 야권으로의 정권교체로 무게가 기울자 상황이 달라졌다.
동 세대 여성들이 탄핵 집회 주역이 되는 현상을 보며 반이재명, 반페미니즘 등의 정서가 강한 젊은 남성층은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을 중심으로 다시 뭉치는 경향을 보였다. 한국갤럽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20·30대 남성의 국민의힘 지지율은 각각 20%대 초반이었으나, 1월에는 각 연령층에서 모두 30%대 중후반으로 대폭 상승했다.

20·30대 남성들의 보수화 경향은 여론조사를 넘어 행동으로도 표출되고 있다. 보수층이 결집하는 흐름 속에서 이들을 타깃으로 한 극우 보수 성향 유튜버들은 20·30대 남성들에게 “윤 대통령의 ‘경고성 계엄’은 정당하다”며 “평화 시위로는 어떤 것도 바꿀 수 없다”고 무력을 선동하고 있다.
결국 지난 19일 새벽 윤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됐을 때 서울서부지법 앞에서 집회를 벌이던 시위대 일부는 법원 담을 넘고 기물을 부수거나 7층 판사실까지 불법 침입했다. 주목할 점은 난동 사태로 체포된 90명의 시위대 중 절반 이상이 20·30대 남성들로 알려진 점이다.
정치권의 책임을 꼬집는 목소리도 높다. 윤 대통령이 ‘한남동 집회’에 참여한 이들을 독려하고, 김민전 국민의힘 의원이 ‘백골단’을 국회로 불러들여 발언권을 부여한 것 역시 불법 난동 사태를 부추겼다는 것이다.
다만 정권 교체를 노리는 민주당 입장에서는 향후 조기 대선이 열릴 경우 20·30 남성층 표심도 되돌려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됐다. 민주당 원내지도부 소속 의원은 “이전에는 당 이념과 기조를 중심으로 세대와 젠더 문제를 바라보는 경향이 있었다”고 자성적 분석을 내놨다.
그러면서 “하지만 이제는 사안별로 유연하게 적극적으로 대처할 필요가 있다”며 “근본적인 변화를 담은 20·30대 남성층 맞춤형 정책을 마련하고 필요한 목소리도 낼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기사에 인용한 여론조사의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