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국제영화제는 아시아의 칸 영화제가 될 수 있을까. 올 10월 30회 축제를 앞둔 부산국제영화제 측이 새로운 집행위원장과 함께 올해부터는 경쟁 부문을 도입한다고 발표했다.
29일 오전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에서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이번 간담회에는 온라인으로도 생중계됐다.
이 자리에서 박광수 이사장과 정한석 신임 진행위원장, 박가언 신임 수석 프로그래머는 30회를 맞아 경쟁영화제로의 변화, 선정위원회의 구조 슬림화 및 유연화 등에 대해 밝히며 포부를 다졌다.
부산국제영화제는 올해부터 비경쟁영화제에서 경쟁영화제로 새롭게 출발한다. 한 해를 대표하는 최고의 아시아 영화를 선정하는 경쟁 부문과 부산 어워드(Busan Asard)를 신설할 예정이다. 경쟁 부문에서는 약 14편 내외를 선정해 상영하고 대상, 감독상, 심사위원 특별상, 배우상, 예술공헌상까지 총 다섯 개 부문에서 시상한다. 더불어 경쟁 부문과 비전 부문에 상영되는 데뷔작 감독의 작품을 대상으로 별도의 심사위원단이 1편을 선정, 뉴 커런츠상을 수여한다.
정한석 집행 위원장은 “신인과 기성 감독을 가리지 않고 아시아 최고의 감독과 작품을 선보이는 강력한 경쟁 섹션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에서 만들었다, 다른 섹션과의 생태계를 충분히 고려해서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박광수 이사장은 “경쟁 영화제로 전환한다고 해서 경쟁 영화제만 있는 것은 아니다, 작년에 한 영화제 형태는 그대로 유지하면서 원래 있었던 뉴 커런츠 섹션과 지석 섹션, 두 개가 경쟁 부문에 통합된다”며 “경쟁 부문 안에 신인감독상도 있고 따로 심사위원을 배정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그에 따라 심사위원의 중요성도 커졌다면서 “(경쟁 부문 심사위원) 선정에 고심하고 있는 편이다, 다른 차이는 별로 없지만 중요 포커스가 경쟁 부문으로 갈 것”이라고 밝혔다.
경쟁 부문을 위해서 필요한 트로피는 아시아 영화계의 거장이자 설치미술가인 아피찻퐁 위라세타쿤 감독이 디자인을 맡았다. 아피찻퐁 감독은 태국을 대표하는 영화감독이자 미술가로, 2010년 ‘엉클 분미'(Who Can Recall His Past Lives)로 63회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바 있다. 전통 서사와 실험적 형식을 넘나드는 독창적인 미학을 선보여왔으며, 런던 BFI 갤러리를 비롯한 다양한 전시 공간에서 설치미술가로서도 활동해 왔다.
경쟁 영화제로 거듭나는 만큼, 올해부터는 개·폐막식에도 전문성과 예술성을 더할 예정이다. 영화 ‘파과’ ‘허스토리’ ‘내 아내의 모든 것’ 등을 연출한 민규동 감독을 개막식과 폐막식을 연출하는 총괄 감독으로 선정했다. 특별히 폐막식은 별도의 폐막작 없이 경쟁 부문 시상식을 중심으로 진행해 대상 수상작을 폐막작으로 선정해 상영한다.
박광수 이사장은 현재는 아시아 영화들을 대상으로 하는 부산국제영화제의 경쟁 부문이 장기적으로는 칸 영화제나 베니스 영화제 같은 글로벌 경쟁 부문을 갖춘 국제 영화제가 되는 것을 바라보고 있다고 했다. 그는 “글로벌 영화제라는 것은 염두에 두고 있는 부분인데 언젠지 모르겠지만 앞으로는 시간이 가고 충분한 역량이 있다고 판단되면 글로벌 영화제로 전향도 가능하다”면서 “아직은 시기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번 영화제는 지난 3월 21일부터 새롭게 임기를 시작한 정한석 신임 집행위원장의 데뷔 무대가 될 전망이다. 정한석집행위원장은 2002년 씨네21 영화평론상 수상을 계기로 영화계에 입문해 씨네21 기자 및 영화평론가로 활동했으며 2019년부터 부산국제영화제의 한국 영화 프로그래머로 활동했다. 정 집행위원장의 임기는 향후 4년간 이어진다.
정 집행위원장은 “나름대로 영화제에서 수년간 근무하면서 한국 영화 프로그래머로 영화제 곳곳을 알고 있다 자부하고 있었는데 위원장 직무에서 영화제를 다시 돌아보니 배워야 할 것이 많구나, 파악할 것이 많구나 알게 된 한 달”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한편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는 오는 10월 17일부터 26일까지 영화의전당 일대에서 열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