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마지막 메시지는…”망가진 세상에 진심어린 눈물 필요”
21일(현지시간) ‘이스터 먼데이'(부활절 이튿날 월요일)에 선종한 프란치스코 교황은 “망가진 세상에 진심 어린 눈물이 필요하다”는 마지막 메시지를 남겼다.
교황청 관영 매체 바티칸뉴스에 따르면 교황은 지난 18일 부활절 성 금요일 십자가의 길 묵상문에서 비인간적 경제, 냉혹한 논리, 타협 불가한 이해관계를 극복할 유일한 길은 구세주에게 의탁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당시 묵상은 퇴원 후 건강을 회복 중인 교황을 대신해 로마 교구 총대리인 발도 레이나 추기경이 주례했다.
교황은 묵상문에서 “상처 입은 우리의 세상은 형식적 눈물이 아닌 진심 어린 눈물이 필요하다”며 “살해하거나 버리거나 짓밟지 않는 하느님의 경제를 이해해야 한다”고 밝혔다.
교황은 “하느님의 경제란 겸손하며 가꾸고 고치고 보호하는 팔복(기독교에서 말하는 여덟가지 복된 삶의 태도)을 따르도록 한다”며 “오늘날 산술과 알고리즘(기계적 시스템)의 경제와는 매우 다르다”고 했다.
이어 “그리스도께서는 인류를 위해 십자가를 받아들였고 그 무게는 주님이시며 생명을 주시는 성령의 숨결을 보여준다”면서 “우리는 이와는 대조적으로 책임을 회피하느라 숨 가쁘다”고 했다.
교황은 “도망치지 말고 주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이들과, 주님께서 우리를 놓으신 상황 속에서 함께해야 한다”며 “오직 그럴 때만 우리는 스스로에게 갇힌 포로가 되지 않는다. 우리를 짓누르는 진짜 짐은 이기심과 무관심”이라고 강조했다.
바티칸은 이날 성명을 통해 교황이 오전 7시 35분 88세를 일기로 선종했다고 발표했다.
교황은 전날 부활절 미사를 직접 집전하지는 못했지만 미사 말미 잠시 등장해 성 베드로 광장에 모인 신자들을 강복했다. 우크라이나와 가자지구 등 분쟁 지역의 평화를 촉구하기도 했다.
교황은 폐렴 증세로 한 달여간 병원 신세를 지다가 지난달 23일 퇴원했다. 교황의 장기간 입원은 2013년 즉위 이래 처음이었고 입원 기간 생사의 고비를 넘겼던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