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대 대법원장이 13일 열린 대법원 국정감사에서 여당 의원들의 거듭된 질문에도 끝까지 침묵을 지켰다. 추미애 법제사법위원장이 박지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조 대법원장을 상대로 1분 발언권을 주자 국민의힘 의원들이 반발하며 국감장은 고성이 오가는 아수라장이 됐다.
박 의원은 “사퇴할 용의가 있는가”라고 물었고, 추 위원장도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사건 파기환송 결정과 관련된 추궁을 이어갔지만 조 대법원장은 아무런 답변 없이 국감장을 빠져나갔다.
국회 법사위는 이날 대법원에 대한 국정감사를 진행했다. 조 대법원장은 인사말 뒤 퇴장하려 했지만 추 위원장이 이석을 허가하지 않아 자리를 지켰다. 이후 90분간 침묵으로 일관하다 감사가 잠시 중지된 오전 11시 39분께 국감장을 떠났고, 위원들의 질의가 종료된 오후 11시 40분에 복귀했다.
조 대법원장은 마무리 발언을 통해 “개인적 행적에 대해 제기된 의혹과 관련해선 이미 법원행정처 공보관을 통해 전혀 사실이 아님을 밝힌 바 있다”며 “질의에 언급된 사람들과 일절 사적인 만남을 가지거나 해당 사건에 대한 대화나 언급을 한 사실이 없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분명하게 말씀드린다”고 밝혔다.
또 이 대통령의 공직사건법 사건과 관련해서도 “저를 비롯한 12명의 대법관이 심리에 관여한 전원합의체에서 이뤄졌고, 심리되고 논의된 판단의 요체는 판결문에 모두 담겨 있다”며 “대법원장이라고 하더라도 전원합의체 구성원의 1인에 불과한 이상 판결 이외의 방법으로 의견을 드러낼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조 대법원장의 발언이 끝난 후 추 위원장은 박지원 의원에게 1분 발언권을 부여했다. 박 의원이 “오늘 대법원장께서 법사위에 출석하는 건 좋은 결정이었다고 생각한다”며 운을 떼자, 국민의힘 나경원·송석준·곽규택 의원 등이 반발하기 시작했다.
추 위원장이 “조용히 하세요”, “경고합니다”라며 제지했지만, 소란은 더 거세졌다. 박 의원이 “대법원장께서 책임을 지고 사퇴할 용의가 있는가”라고 묻자, 국민의힘 의원들은 자리에서 일어섰다. 곽 의원은 위원장석으로 다가가 얼굴을 붉히며 “뭐 하는 건가”라고 거세게 항의했다.
추 위원장은 국민의힘 의원들을 향해 “어디서 삿대질이고, 행패인가. 제 자리(로) 돌아가라. 어디서 폭언을 쓰는 건가”라고 말했다. 송 의원은 “위원장 마음대로 한다”며 맞섰다.
서영교 민주당 의원은 책상을 두드리며 “조용히 해달라”고 했고, 같은 당 장경태 의원은 조 대법원장을 겨냥해 “조희대 체제가 천년만년 갈 것 같냐”고 말했다. 조 대법원장은 상황을 묵묵히 지켜보기만 했다.
여야 의원 사이에 고성이 오가며 박 의원이 발언을 이어가는 게 어려워지자 추 위원장은 직접 조 대법원장을 상대로 질의를 이어갔다.
그는 “예외를 계속 적용하다 다섯 번의 예외를 통해 직권남용 혐의를 드러낸 것이다. 대선 개입을 감추기 위해 사법부를 이용한 것이 밝혀진 거나 진배없다”며 “대법원장께서는 대상 사건의 기록을 언제 가지고 가서 보게 됐나. 대법원장실로 언제 가지고 갔냐”고 물었다.
이에 조 대법원장은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았다. 추 위원장은 “끝내 침묵으로 일관하면 이 광경은 국민께서 잘 판단하리라 믿는다”며 “국민주권 위에 군림하는 사법부 수장의 모습밖에 볼 수가 없다. 심히 유감”이라고 말했다.
국감 종료 후 조 대법원장은 법사위원들에게 인사하지 않고 그대로 현장을 떠났다. 민주당 의원들은 “인사하고 나가라”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