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스페이스X가 300억 달러(약 44조 원) 이상의 자금 조달을 목표로 기업공개(IPO)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9일(현지시각) 보도했다. 해당 거래가 성사될 경우 사상 최대 규모의 상장이 될 전망이다.
블룸버그는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들을 인용해 스페이스X가 약 1조5000억 달러(약 2205조 원)의 기업 가치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는 2019년 사상 최대 규모의 상장으로 기록된 사우디 아람코의 시가총액에 근접한 수준이다. 당시 아람코는 상장을 통해 290억 달러를 조달했다.
스페이스X 경영진과 자문단은 이르면 2026년 중·후반 상장을 추진하고 있으나, 소식통들은 시장 상황 등 변수에 따라 일정이 변동될 수 있으며 일부는 2027년으로 늦춰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스페이스X의 IPO 추진 소식이 전해지자, 관련 우주 산업주가 이날 급등했다. 스페이스X에 주파수 라이선스를 매각하기로 합의한 에코스타(EchoStar)는 뉴욕증시에서 장 중 한때 12%까지 치솟으며 거래량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우주 수송 기업 로켓랩(Rocket Lab)도 한때 4.3% 상승하며 오름세를 이어갔다.
블룸버그 등 주요 외신은 앞서 지난 5일 스페이스X가 이르면 내년 말 기업공개(IPO)를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머스크와 스페이스X 이사회는 최근 내부 지분 매각 절차가 마무리되는 시점에 맞춰 핵심 인력 채용, 조달 자금 활용 계획 등을 포함한 상장 및 자금 조달 전략을 진전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스페이스X가 예상보다 빠르게 상장을 서두르는 배경에는 급성장 중인 위성 인터넷 서비스 ‘스타링크(Starlink)’의 강력한 성장세, 직접 휴대전화 연결 서비스(D2D) 사업 구상 및 달·화성 탐사용 대형 로켓 ‘스타십(Starship)’ 개발 등이 자리하고 있다.
한 소식통은 스페이스X의 매출이 2025년 약 150억 달러, 2026년에는 220억~240억 달러 규모에 이를 것으로 예상한다며, 매출 대부분이 스타링크에서 발생할 것이라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들에 따르면, 스페이스X는 IPO를 통해 조달한 자금 일부를 우주 기반 데이터센터 개발에 투입할 계획이다. 여기에는 데이터센터 운영에 필요한 반도체 칩 구매 등이 포함되며, 이는 머스크가 최근 배런캐피털(Baron Capital) 행사에서 관심을 표명한 영역이기도 하다.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들은 현재 진행 중인 스페이스X의 세컨더리(기존 주주 지분 매각) 거래에서 회사가 주당 약 420달러의 가격을 책정했으며, 이는 회사 가치를 기존 보도된 8000억 달러를 훌쩍 뛰어넘는 수준으로 평가한 것이라고 전했다.
머스크는 6일 자신의 소셜미디어 엑스(X)에 올린 게시글에서 “스페이스X는 수년간 현금흐름이 플러스였으며, 직원과 투자자에게 유동성을 제공하기 위해 연 2회 정기적으로 자사주 매입을 진행해 왔다”고 밝혔다.
머스크는 이어 “기업가치 증가는 스타십과 스타링크 개발 진척도 및 글로벌 직접-휴대전화(direct-to-cell)용 주파수 확보 상황에 달려 있다”며 “이는 스페이스X의 전체 접근 가능 시장을 크게 확대시키는 요인”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스페이스X의 장기 투자자 중 상당수는 피터 틸의 파운더스펀드(Founder’s Fund), 저스틴 피슈너-울프슨이 이끄는 137벤처스(137 Ventures)와 발로르 에쿼티 파트너스(Valor Equity Partners)와 같은 벤처 캐피털들이다. 이 밖에도 피델리티와 알파벳 산하 구글 역시 주요 투자자로 참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