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이하 현지 시각) 한국에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열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회담은 단순한 무역휴전 합의가 아니라 미국과 중국 간 ‘힘의 균형이 근본적으로 달라졌음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31일 분석했다.
FT는 10년 전 트럼프의 첫 대중 관세 공세에 수세적이던 중국은 이제 경제력과 기술력 면에서 미국에 ‘맞설 수 있는 위치’에 섰다고 평가했다.
◇ 중국, ‘MAGA’와 ‘대국부흥’ 교차점 찾아
FT에 따르면 BNP파리바는 최근 펴낸 보고서에서 “미국은 이제 자국 경제에 실질적 피해를 줄 수 있는 대등한 경쟁자와 마주했다”면서 “이는 중국이 글로벌 경제 초강국으로 올라섰음을 확인해주는 신호”라고 밝혔다.
푸단대 자오밍하오 국제문제연구원 교수는 FT와 한 인터뷰에서 “이번 회담은 시진핑이 트럼프의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 구호와 중국의 ‘위대한 부흥’ 목표를 나란히 놓으며 공통의 언어를 찾으려는 시도였다”고 평가했다.
중국은 다음 5개년(2026~2030) 경제계획의 핵심 목표로 내수 확대와 소비 진작을 설정했으며 미국산 농산물·에너지·항공기 등의 수입 확대를 검토 중이다.
자오 교수는 “중국은 미국과 실용적 협력을 통해 수입을 늘릴 여지가 있다”면서 “다만 이를 위해서는 양국 간 정치적 안정이 전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 기술 자립·산업 우위 ‘최우선 과제’
FT는 중국의 새 5개년 계획이 표면적으로는 성장과 소비 확대를 내세우지만 실제로는 기술 자립과 산업 주도권 확보를 최우선 과제로 둔 점에 주목했다.
테니오의 가브리엘 윌다우 애널리스트는 “중국 지도부는 일부 과잉 생산과 비효율을 감수하더라도 반도체·배터리·희토류 분야의 ‘기술 주권’을 확보하는 것이 필수라고 보고 있다”며 “이는 미국의 수출 통제에 대한 내성을 높이는 동시에 지정학적 협상력을 강화하려는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중국은 최근 희토류 수출 통제를 강화해 미국 산업 전반을 압박했고, 이는 트럼프 행정부가 제재 일시 유예에 합의하는 배경이 됐다. FT는 “희토류·배터리·소재 분야에서 중국의 압도적 지배력은 향후 미·중 협상의 핵심 변수로 남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 “이번 회담은 전술적 완화일 뿐, 전략적 전환은 아니다”
FT는 양국이 발표한 합의가 주로 기존 제재를 ‘일시 중단’하는 수준에 머물렀다고 짚었다. 이는 양측 모두 향후 협상에서 사용할 ‘지렛대’를 남겨둔 상태로 휴전한 것에 가깝다는 평가다.
JP모건자산운용의 주차오핑 글로벌시장전략가는 “단기적으로는 무역 긴장이 완화됐지만 기술과 산업 패권 경쟁은 계속될 것”이라면서 “이번 합의는 ‘잠시 멈춘 충돌’이지, 관계 정상화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FT는 “과거엔 미국의 관세 공세가 중국 경제에 직접 충격을 줬지만 이제는 수출 통제와 공급망 지배력을 활용해 중국이 미국의 대응 속도를 늦추는 주체로 변했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