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내에서 ‘강경 보수’로 분류되며 ‘여자 아베’라는 별명을 가진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중의원(하원) 의원이 집권 자민당 총재에 당선되면서 자민당이 우경화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5일 니혼게이자이신문 등에 따르면 자민당과 함께 정권을 구성하는 연립 여당 내에서도 이같은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일본 공명당의 사이토 데쓰오 대표는 전날 다카이치 총재와 만나 한국과 중국 등이 반발할 수 있는 야스쿠니신사 참배에 대한 우려를 전했다.
이 자리에서 사이토 대표는 정치자금, 외국인과 공생 등 문제도 언급하면서 “많은 지지자가 걱정하고 있다”며 “이를 해소하지 않으면 연립정권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한다.
이에 다카이치 총재는 “걱정 없게 하겠다”며 공명당과 협의를 이어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공명당은 일본의 중도 보수 정당으로 대승불교 계통의 종교단체 창가학회에 뿌리를 두고 있으며, 일본 정치인들의 야스쿠니신사 참배를 반대해 왔다.
다카이치 총재는 당선 직후 야스쿠니신사 참배 문제와 관련해 “적절히 판단하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정치학자인 사카이야 시로 도쿄대 교수는 이날 아사히신문에 게재한 글에서 “다카이치 의원이 선출된 이번 총재 선거는 자민당 역사 속에서 보면 아베 신조 내각 퇴진 이후 당의 노선을 수정하는 의미를 가진다”고 평가했다.
자민당의 우파 이데올로기 색채가 아베 전 총리 후임자인 스가 요시히데, 기시다 후미오 정권을 거치면서 옅어지다가 이시바 시게루 정권에서 중도화 현상이 뚜렷해졌으나 이번 다카이치 총재는 다시 ‘아베 색채’를 강화할 것이라는 의미다.
그는 그러면서 자민당이 민생 정책을 등한시하면 국민의 지지를 잃을 위험이 있다며 정권이 오래가려면 보수 색채 강화뿐 아니라 적절한 경제·사회 정책의 균형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일본 언론들은 이번 선거에서 다카이치 총재가 승리한 원인 중 하나가 자민당의 보수화를 바라는 당원과 의원들의 기대감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다카이치 총재가 당권을 잡을 경우 7월 참의원(상원) 선거에서 우익 성향의 야당 참정당 등으로 이탈한 보수층 표심을 되찾아올 수도 있다고 봤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