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이 생포될 위기에 처하자 전봇대에 머리를 부딪쳐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러시아 쿠르스크주에서 임무를 수행 중인 우크라이나군 제95독립공정강습여단 병사 막심은 21일 일본 NHK 방송 인터뷰에서 이같이 증언했다.
그에 따르면 이달 초 아침 북한군이 우크라이나군 진지를 습격해 치열한 전투를 벌였다. 이때 우크라이나군은 드론(무인기)을 통해 다친 병사 1명을 발견했다. 우크라이나군은 그에게 접근해 우크라이나어와 러시아어로 말을 걸었지만, 반응이 없자 북한 병사인 것으로 판단했다.
막심은 “그는 다쳐서 방향감각을 잃었다”며 “우리들은 그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몸짓으로 보여줬고 그는 ‘알겠다’고 고개를 끄덕이면서 우리 지시에 따랐다”고 말했다.
20대인 그는 수류탄과 칼을 소지하고 있고 혼란한 모습이어서 우크라이나군은 그에게 담배를 줘서 진정시켰다.
막심은 “그를 차로 데려가려고 할 때 콘크리트 전봇대가 있어서, 거기서 2m 정도 접근하자 그가 달려가 머리를 부딪쳐 쓰러졌다”며 그가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했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당국 등 여러 증언에 따르면 북한군은 포로가 되기보다는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존 커비 전 미국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국가안보소통보좌관은 지난달 27일 북한군이 고국에 남아 있는 가족에 대한 보복을 두려워해 투항하지 않고 스스로 목숨을 끊고 있다고 밝혔다.
또 북한군의 전투 방식에 대해 막심은 100명 단위로 공세를 감행한다며 “러시아와 북한을 비교하면 북한 군인이 더 잘 훈련돼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들은 정찰용 무인기를 정확하게 격추할 수 있다”며 북한군을 격퇴하는 것이 간단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한편 쿠르스크주에서 우크라이나 특수작전군은 22일 21명의 북한군 병사를 사살하고 40명에 부상을 입혔다고 밝힌 바 있다. 국가정보원은 파병된 북한군의 피해 규모가 사망 300여명, 부상 2700여 명으로 사상자가 3000명을 넘어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