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기술이 인간의 지적 노동뿐만 아니라 육체적 노동까지 대체하는 속도가 빨라지면서 인류는 전례 없는 근본적 질문에 직면했다. 기계가 모든 부를 창출하고 인간의 노동이 더 이상 필요하지 않은 세상에서 개인의 생존권은 어떻게 보장받아야 하는가에 대한 논의다. 이는 단순히 복지 정책의 차원을 넘어 자본주의와 민주주의의 존속을 결정지을 핵심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영국의 일간지 가디언이 2월 23일(현지시각) 보도한 바에 따르면 인공지능(AI)이 창출하는 부의 편중 현상이 심화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새로운 사회 계약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유엔과 주요 학계 전문가들은 인공지능이 인류의 일자리를 대거 잠식할 경우를 대비해 기존의 소득세 중심 조세 체계를 전면 개편해야 한다고 경고한다. 특히 노동을 통해 소득을 얻기 힘든 소득 제로 시대를 가정할 때 부의 재분배 기제가 작동하지 않는다면 사회적 갈등이 폭발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기계가 벌어들이는 이익에 매기는 세금
현재 전 세계 조세 수입의 상당 부분은 개인의 노동에 매기는 소득세에서 나온다. 하지만 인공지능이 인간을 대신해 생산을 주도하면 정부의 세수는 급격히 줄어들 수밖에 없다. 가디언은 이에 대한 대안으로 인공지능 시스템 자체나 그 시스템이 창출하는 초과 이익에 직접 과세하는 자본세를 제안한다. 전문가들은 이를 통해 마련된 재원이 전 국민 기본소득의 토대가 되어야 하며 기업이 인간 노동자를 대체해 얻은 비용 절감분 중 일정 비율을 사회적으로 환수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기술 재벌의 독점력을 견제할 지분 공유제
부를 재분배하는 또 다른 혁신적 방안으로 인공지능 기술에 대한 지분 공유가 거론된다. 소수의 빅테크 기업이 인공지능 기술을 독점하고 거기서 발생하는 모든 이익을 가져가는 구조를 타파하자는 취지다. 인공지능 개발의 토대가 된 방대한 데이터가 결국 인류 공동의 자산이라는 점을 근거로 삼는다. 특히 오픈AI와 같은 기업들이 초기 공익적 목적에서 영리 기업으로 변질되는 과정을 경계하며 기업 이익의 일정 부분을 공적 펀드에 출연하고 이를 시민들에게 배당 형태로 되돌려주는 방식이 구체적인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기술 권력의 비대화와 민주주의의 위기
부의 편중은 필연적으로 권력의 집중을 야기한다. 가디언은 인공지능 기술을 손에 쥔 기술 재벌들이 국가 정책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게 되면 대중의 목소리가 소외되는 민주주의의 공동화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유엔 보고서에 따르면 인공지능 기술이 민주적 통제 아래 놓이지 않을 경우 기술 관료주의가 정치를 대체할 위험이 크다. 경제적 평등이 무너진 자리에서 정치적 평등 역시 존재하기 어렵다는 경고는 단순한 이론을 넘어 실존적인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다.
인간의 존엄을 지키기 위한 새로운 사회 계약
결국 인공지능 시대의 핵심 과제는 기술 발전의 혜택이 인류 전체에게 골고루 돌아가도록 제도를 설계하는 일이다. 노동이 생존의 유일한 수단이 아니게 된 세상에서 인간이 존엄성을 유지하며 살아갈 수 있는 권리를 법적으로 명문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가디언은 기술 혁신이 인류의 재앙이 아닌 축복이 되기 위해서는 자본과 권력을 재배분하려는 정치적 결단과 사회적 합의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이라고 결론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