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N 보도에 따르면 조지아주 사바나의 오래된 양조장, 버려진 정신병원, 그리고 공포의 전설이 깃든 극장들 — 이 모든 곳은 이제 ‘심령 관광(paranormal tourism)’의 인기 명소로 떠오르고 있다.
 유령을 쫓는 사람들은 단순한 호기심을 넘어, ‘죽음 이후의 세계’를 탐구한다는 명분 아래 매년 수천 달러를 지출하며 세계 곳곳을 누빈다.
■ 사바나에서 시작된 한 간호사의 “눈물의 유령 체험”
코네티컷 출신의 간호사 애슐리 와이즈먼(41)은 2018년 사바나 시내의 문 리버 브루잉 컴퍼니(Moon River Brewing Company) 건물에서 유령 사냥 행사 중 섬뜩한 경험을 했다.
 2층을 오르던 중 “허공에서 발자국 소리가 들리고, 낡고 창백한 노파의 형체가 스쳐 지나갔다”고 말한다.
 그 직후 “형체 없는 검은 에너지 덩어리가 문을 통과해 공격하듯 다가왔다”고 회상했다.
그녀는 “나는 과학을 믿는 사람이지만, 그날은 너무 무서워 울었다”고 했다.
 그럼에도 2012년 이후 약 80회의 유령 탐사 여행에 총 10만 달러 이상을 썼다며 웃었다.
■ 유령 사냥은 이제 ‘고급 취미생활’
이른바 ‘심령 여행객(paranormal tourists)’들은 단순한 유령 투어가 아니라, 여행의 전부를 ‘귀신 체험’에 맞춘다.
 이들은 콜로라도의 스탠리 호텔(스티븐 킹의 「샤이닝」 영감지)이나 메릴랜드의 로드 볼티모어 호텔 같은 유명 ‘귀신 숙소’에 묵으며, 고가 장비까지 구비해 탐사를 이어간다.
미네소타의 회계사 부부 데이비드(52)·알리시아 리온하르트(49)는 2013년 이후 30곳 이상의 유령 명소를 찾아 약 연간 5천 달러를 쓴다.
 아이오와주 맥스웰의 파라 스쿨(Farrar School) 에서는 “문이 스스로 흔들리고 휘파람 소리가 들렸다”며 소름 끼쳤던 경험을 잊지 못한다고 했다.
■ “무섭지만 즐겁다” — 과학이 설명하는 ‘공포의 매력’
사회학자 마기 커 박사(Margee Kerr, 「Scream: Chilling Adventures in the Science of Fear」 저자)는
 “유령 탐사는 롤러코스터와 유사한 ‘공포의 쾌감’을 주지만, 미지의 존재를 스스로 찾아나선다는 점이 다르다”고 분석한다.
 그는 “인간의 교감신경이 활성화되는 ‘공포·기대 혼합 상태’가 뇌의 보상체계를 자극한다”며 “공포와 재미의 교차점(the intersection of fun and scary)은 매우 큰 시장”이라고 덧붙였다.
■ 사바나, ‘유령의 도시’로 관광 수익도 급상승
사바나는 역사적 건물과 전염병, 전쟁의 흔적 덕분에 ‘미국에서 가장 유령이 많은 도시’로 불린다.
 CNN은 그레이스페이스 뮤지엄(Graveface Museum), 서배나 극장(Savannah Theatre), 리버 스트리트 인(River Street Inn) 등에서의 유령 체험이 전국 심령 관광객의 발길을 끌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핼러윈 시즌에는 유령 투어 예약이 수주 전부터 매진된다.
■ “공포보다 중요한 건 공동체”
베이시티(미시간) 출신 니콜 보샴프(36)는 “유령 사냥은 단순한 무서움이 아니라, 역사와 사람을 연결하는 여행”이라며
 2009년 이후 영국·스페인·웨스트버지니아의 트랜스 알레게니 정신병원(Trans-Allegheny Lunatic Asylum) 등을 탐사하며 10만 달러 이상을 썼다고 밝혔다.
그녀는 “어두운 병동 복도에서 들려온 의료기구 바퀴 굴러가는 소리는 지금도 생생하다”며 “그 경험이 내 인생의 터닝포인트였다”고 말했다.
심령 여행객들은 “유령보다 더 큰 수확은 서로를 만나는 일”이라고 입을 모은다.
 ‘스트레인지 이스케이프(Strange Escapes)’의 대표이자 TV 프로그램 Kindred Spirits 진행자인 에이미 브루니는
 “유령 사냥이 사람들을 한데 모으는 또 다른 커뮤니티가 됐다”고 설명했다.
■ ‘공포는 계속된다’
사바나의 유령 투어는 매년 성장 중이며, 유령 관련 콘텐츠·팟캐스트·유튜브 채널의 폭발적 인기로 ‘공포 관광 산업’은 수십억 달러 규모로 성장하고 있다.
 CNN은 “죽음 이후를 알고 싶어 하는 인간의 본능이 만들어낸 새로운 형태의 여행 문화”라며 “이들은 당분간 ‘귀신 사냥’을 멈출 생각이 전혀 없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