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의 새 최고지도자 모즈타바 하메네이가 9일(현지시간) 호르무즈 해협 관리를 ‘새로운 단계’로 전환하겠다고 선언했다. 사실상 이 해협을 이란의 허가와 감독하에 통행이 이뤄지는 ‘관리형 수역’으로 전환하겠다는 구상으로 풀이된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모즈타바는 이란 국영 TV를 통해 낭독된 성명에서 “이란은 전쟁을 추구하지 않으나 우리의 권리를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모즈타바는 구체적인 해협 관리 방침을 밝히지 않았으나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에 대해 통행 허가제를 도입하고 통행료를 징수하는 방식으로 전환하려는 의도가 깔린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이란 의회는 이미 해협 통과 선박에 대한 통행료 징수 법안을 승인했으며, 여기에 미국과 이스라엘 선박의 통과를 명시적으로 금지하고 이란에 제재를 가하는 국가들의 접근도 제한하는 내용을 포함했다.
타스통신에 따르면 이란은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 수를 하루 최대 15척으로 제한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분쟁 이전 하루 평균 100척 이상의 선박이 오가던 것과 비교하면 턱없이 부족한 수치다.
다만 이날 처음으로 이란 국적이 아닌 유조선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 것이 확인됐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선박 추적 서비스 마린트래픽 데이터에 가봉 선적 유조선 ‘MSG’ 호가 이날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선박은 약 7000톤의 아랍에미리트(UAE)산 연료유를 실은 채 인도 구자라트주의 에이지스 피파바브 항으로 향하고 있다.
이는 지난 7일 2주간의 휴전이 발효된 이후 비(非)이란 국적 선박으로서는 첫 호르무즈 해협 통과 사례라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이를 해협의 정상화로 보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선박 데이터 분석업체 케이플러(Kpler)에 따르면 휴전 발효 이후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 선박은 이란 선적 유조선 2척과 벌크선 6척에 불과하다.
분쟁 이전 해협을 통해 하루 평균 2100만 배럴의 원유가 오가던 것과 비교하면 사실상 봉쇄가 풀리지 않은 상태나 마찬가지다.
이란은 통행료로 원유 배럴당 1달러를 부과하는 구체적인 방안까지 거론하고 있다. 200만 배럴을 실은 유조선의 경우 통행료만 200만 달러(약 29억 원)에 달할 수 있다.
하지만 해협의 미래는 여전히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렵다. 이란은 이스라엘의 지난 8일 레바논 공습을 문제 삼아 유조선 통행을 다시 차단했다고 주장했다.
이란은 휴전 조건에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격 중단이 포함됐다고 주장하는 반면 미국과 이스라엘은 레바논 문제가 별개라는 입장이다. 이 문제와 관련해 미국은 다음 주 이스라엘과 레바논의 평화 협상을 워싱턴에서 중재할 예정이다.
해운사들은 여전히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란 정예군 이슬람혁명수비대(IRGC)가 허가 없이 해협을 통과하려는 선박은 “표적이 돼 파괴될 것”이라고 경고한 데다, 통행료 지불이 미국의 대이란 제재 위반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기 때문이다.
세계 최대 해운사 머스크는 “휴전이 통과 기회를 만들 수는 있지만, 완전한 해상 안전을 보장하지는 않는다”며 당분간 운항 방침에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