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N-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재사용 생리대와 생리 속옷 등 일부 ‘친환경 생리용품’에서 매우 높은 수준의 유해 화학물질(PFAS)이 검출됐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인디애나주 노터데임 대학교(University of Notre Dame) 물리화학과 그레이엄 피슬리 교수는 “PFAS는 한 번 배출되면 환경에 거의 분해되지 않아 ‘영원한 화학물질’로 불린다”며 “매립지로 간 제품은 결국 식수, 농업용수, 식품에까지 침투하게 된다”고 경고했다.
■ 피부·점막 통해 체내 흡수 가능성 커
이번 연구는 미국, 유럽, 남미, 호주 등에서 제조된 재사용 생리용품 59개 제품(속옷 43종, 패드 8종, 생리컵 4종, 요실금용 속옷 3종, 패드 1종)을 분석했다.
그 결과, 일부 제품에서는 PFAS가 parts per million(백만분의 1 단위) 수준으로 검출됐다. 이는 통상적인 기준치(parts per trillion, 조 단위)를 훨씬 넘는 ‘위험 수준의 농도’다.
이번 연구에 직접 참여하진 않았지만 PFAS 연구 전문가인 콜럼비아대 캐서린 쉴링 교수는 “중성형 PFAS는 피부는 물론, 질 점막을 통해 더 쉽게 체내 흡수될 수 있어 특히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 제조 과정 중 ‘고의 첨가’ 정황도
이번 연구는 PFAS가 제조과정에서 실수로 섞였는지, 의도적으로 첨가되었는지도 함께 분석했다. 그 결과 전체 생리 속옷의 33%, 재사용 생리대의 25%에서 PFAS가 ‘고의로 사용된 것으로 추정’된다는 결론이 나왔다.
“제조업체가 방수 기능 강화를 위해 PFAS를 첨가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심지어 PFAS가 겉면, 속면, 중간층 등 무작위로 존재하는 경우도 있어 체계적인 관리가 이뤄지지 않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피슬리 교수는 밝혔다.
PFAS는 체내에 축적될 경우 암, 비만, 불임, 조기 사춘기, 호르몬 이상, 고콜레스테롤, 저체중 출산 등 다양한 건강 문제를 유발할 수 있는 것으로 미 환경보호청(EPA)은 설명하고 있다.
■ PFAS 없이도 제조 가능…‘라벨링’ 시급
이번 연구를 주도한 연구자 앨리사 윅스 박사는 “고농도의 PFAS가 검출된 제품은 일부에 불과했다는 점에서, 해당 물질 없이도 충분히 제조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재사용 생리용품을 포함한 모든 위생제품에 대해 화학물질 성분의 명확한 표기와 규제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콜럼비아대 쉴링 교수는 “질 점막을 통한 장기 노출에 대한 연구가 거의 전무한 상황에서 수많은 여성이 매달 해당 제품을 사용하는 만큼, 이 문제는 단순한 소비자 이슈가 아닌 공공 건강과 안전의 문제”라고 경고했다.
📌 PFAS란?
Per- and Polyfluoroalkyl Substances의 약자로, 방수·방오 기능을 위해 다양한 소비재에 첨가되는 화학물질. 자연에서 거의 분해되지 않고 인체에 축적될 수 있어 ‘영원한 화학물질(Forever Chemicals)’로 불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