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겨울 데이터센터의 전력 수요 급증으로 미국 전역에서 정전이 발생할 위험이 커지고 있다고 현지 전력망 규제기관이 경고했다.
북미전력신뢰도공사(NERC)는 18일(현지시간) 올해 겨울 전력 소비가 지난해보다 20GW(기가와트)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원자력 발전소 한 기의 규모에 해당하는 수준으로 공급은 이에 맞춰 늘어나지 못했다.
최근 몇 년간 반복된 북미의 혹한과 폴라 보텍스(극지방의 찬 공기를 가두는 대기 소용돌이)가 다시 발생할 경우 미국 북서부에서 텍사스, 캐롤라이나에 이르는 광범위한 지역에서 전력 부족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고 NERC는 우려했다. 정상적인 조건에서는 각 지역이 충분한 자원을 보유하고 있지만, 극한 상황에서는 위험이 커진다.
NERC의 마크 올슨 평가 매니저는 “데이터센터가 전력 수요 증가의 주요 원인”이라며 “지난 겨울 이후 수요가 크게 늘어난 지역에서 특히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NERC는 올겨울 위험 지역을 지난해보다 확대했다. 미국 남동부와 워싱턴·오리건 등 서부 일부 지역이 새롭게 지정됐다. 텍사스는 2021년 2월 대규모 정전으로 수백만 명이 수일간 전력 없이 지내고 200명 이상이 사망한 이후 여전히 취약 지역으로 꼽힌다. 뉴잉글랜드 역시 천연가스 파이프라인 제약으로 위험이 높다.
미국 전력망은 이미 노후 인프라와 폭풍·산불 등으로 정전 위험이 큰 상황이다. 여기에 인공지능(AI) 산업 확산으로 촉발된 데이터센터 붐이 20년간 정체됐던 전력 수요를 폭발적으로 증가시키며 추가적인 부담을 가할 것으로 보인다.
겨울철은 태양광 발전 시간이 줄고 배터리 운영이 제한되며, 가스 공급도 동결이나 파이프라인 제약으로 감소할 수 있어 특히 위험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