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한미·한일 정상회담을 앞두고 주미·주일·주유엔 대사를 내정하며 첫 정상외교를 대비한 외교 라인 정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미국·일본은 물론 다자외교 무대인 유엔까지 외교 채널을 조기에 확립해 정상외교 협상력을 높이려는 구상으로 풀이된다.
18일 외교부와 대통령실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강경화 전 외교부 장관을 주미대사로, 이혁 전 주베트남대사를 주일대사로 각각 내정했다. 정부는 양국 정부에 아그레망(외교사절 접수국의 사전 동의)을 요청하는 절차에 착수할 예정이다. 아울러 주유엔 대사로는 노규덕 전 본부장이 사실상 내정 수순을 밟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강 전 장관의 내정은 오는 25일 워싱턴에서 열릴 한미 정상회담을 불과 일주일 앞둔 시점에 이뤄졌다. 문재인 정부 초대 외교부 장관을 지낸 그는 UN사무총장 정책특별보좌관, 주UN대한민국대표부 공사 등을 역임하며 국제 외교 현장 경험을 쌓았다. 현재는 미국 뉴욕에 본부를 둔 아시아소사이어티 회장을 맡고 있어, 워싱턴 외교무대와의 접점을 빠르게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혁 전 대사의 기용은 오는 23일부터 24일까지로 예정된 한일 정상회담과 맞물려 있다. 외무고시 13회 출신인 그는 주일대사관 공사, 동북아1과장, 아시아태평양국장 등을 지낸 대표적 ‘일본통’으로 꼽힌다. 최근까지 한일미래포럼 대표로 민간 교류를 이끌었고, 대선 과정에서도 ‘실용 국민외교 지원단’에서 대일 외교 구상을 지원한 바 있다.

주유엔 대사에는 노규덕 전 본부장이 유력하다.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외교부 평화외교기획단장, 청와대 평화 기획비서관 등을 두루 거친 직업외교관으로, 북핵 문제를 비롯한 외교 현안 전반에 전문성을 갖췄다는 평가다.
한국이 지난해부터 유엔 안보리 비상임이사국을 맡고 있고, 다음 달 안보리 의장국으로서 역할이 확대되는 만큼 이 대통령이 9월 유엔 총회 고위급 회기에 참석하기 전 인선을 마무리할 가능성이 크다.
주유엔 대사는 아그레망 절차가 필요하지 않아 주미·주일 대사와 비슷한 시기에 임명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의 이번 인선이 실용 외교를 내세운 이재명 정부가 양자·다자 채널을 동시에 정비하는 상징적 조치로 해석된다.
양국과의 정상회담을 앞두고 전략적 외교 채널을 다양화하기 위한 포석이면서도 이 대통령의 실용 외교 기조를 구체화하는 신호탄이라는 시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