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중국인 단체 관광객의 무비자 입국을 처음으로 허용하며 인바운드 회복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오는 9월 20일부터 2026년 6월 30일까지, 일정 요건을 갖춘 전담여행사를 통한 단체 관광객은 비자 없이도 한국에 입국할 수 있다.
11일 문화체육관광부 등에 따르면 지난 6일 김민석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관광 활성화 미니정책TF’ 회의에서 이같은 내용이 공식 발표됐다.
회의에서는 관계부처와 관광업계 전문가들이 참석해, 관광 규제 합리화 방안과 함께 2025년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방한 수요 확대 방안을 중점 논의했다.
정부는 이번 무비자 조치를 APEC 개최에 맞춘 단기 대응이 아니라 중장기적으로 중국 시장 회복세를 이어가기 위한 전략적 카드로 내세운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중국은 2024년 한국 방문객 463만 명으로 전체 외래객 중 1위를 기록했으며 2025년 상반기(1~6월)에는 253만 명이 입국해 벌써 전년 대비 절반 이상을 채운 상태다. 이번 조치는 이 같은 추세에 가속도를 붙일 기회로 평가된다.
정부는 이를 통해 연간 외래객 2000만 명 유치 목표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단체관광 의존도가 높은 중국 시장 특성상 무비자 조치는 방한 수요 확대에 실질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이진석 한국여행업협회 회장은 “단순히 중국 관광객을 풀어주는 걸로 끝낼 게 아니라, 이를 계기로 관광 비자 제도를 제도화하고 일관성 있게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일본은 2006년 외국인 관광 진흥법을 제정하면서 무비자 입국을 법제화했고 지금은 연간 3000만 명 이상을 유치하고 있다”며 “한국도 정권 변화와 무관하게 지속 가능한 관광정책을 설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여전히 국민 정서상 우려가 적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과거 단체관광을 빌미로 일부 인원이 무단이탈하거나 불법취업으로 전환된 사례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정부는 이러한 우려를 최소화하기 위해 ‘중국 전담여행사’를 통해서만 단체 비자 면제 대상 관광객을 유치하도록 제한하고 있다. 전담여행사는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지정·관리하며 여행객의 이탈 방지와 여행 품질 관리 등의 책임을 진다.
안희자 문화관광연구원 정책연구실장은 “이번 조치가 영구적으로 시행되는 것이 아니라 기한을 두고 운영되는 만큼, 장단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정부가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며 “향후 실제 상황을 보며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