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군사적 개입을 통해 이스라엘과 이란의 충돌을 ’12일 전쟁’으로 마무리 지은 데 이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국가들을 상대로 국방비 인상을 관철했다.
외교가에서는 굵직한 사안을 잡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제 관심사를 한반도로 돌릴 가능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현지시간) B-2 스텔스 폭격기로 포르도, 나탄즈, 이스파한 등 이란의 주요 핵 시설에 개당 13톤가량의 GBU-57 벙커버스터 14발을 대량 폭격했다.
초유의 조치가 합당했는지에 대한 갑론을박은 이어지고 있지만 결과적으로 걷잡을 수 없을 것으로 보였던 중동 사태는 이란이 고개를 숙이며 12일 만에 정리가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세를 몰아 나토 회원국들로부터 국방비를 GDP 5% 수준으로 단계적으로 올린다는 약속을 받아 냈다. ‘과도하다’는 지적 속에 미국이 밀어붙인 국방비 인상안이 유럽에서 관철된 셈이다.
돌발 상황(중동 사태)에 따른 위기와 유럽과의 줄다리기에서 ‘승리’한 트럼프 대통령은 이제 다음 목표를 향해 움직일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다음 목표는 계획보다 장기화하고 있는 우크라이나 전쟁의 종전 협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후 24시간 내 종전”을 공언할 정도로 이 사안에 자신감을 보여 왔다. 협상 초반엔 우크라이나에 “종전하지 않으면 지원을 끊겠다”는 식으로 압박을 가해 종전에 속도를 냈으나 러시아 쪽에서 오히려 협상 속도를 늦추면서 협상이 길어지고 있다.
그 때문에 일단 종전 협상에 마침표를 찍어 ‘다양하고 급박한’ 사안을 정리한 뒤 한반도 및 동북아 국가들에 대한 외교적 공세를 본격화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현재 한미 간에는 상호관세 협상이 내달 8일을 시한으로 진행 중이며, 나토에 이어 아시아 동맹국도 따를 것을 요구한 국방비 인상(GDP 대비 5%) 관련 협상도 공식적으로 제기될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토 정상회의에서 스페인이 국방비 인상을 거부하자 “관세 협상 때 보자”라는 식으로 두 사안을 연계시키는 모습을 보였다. 한국의 경우에도 관세 협상이 내달 8일까지 제대로 타결되지 않는다면 국방비 인상 압박의 수준도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관심을 갖는 또 하나의 한반도 사안은 북미대화다. 그간 말로만 북한에 ‘호응’을 요구하던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북한에 친서를 전달하려고 시도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제 공식적인 ‘시그널’을 보내기 시작한 셈이다.
다만 북한은 압박만으로 대화로 끌어내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북한이 우크라전에 참전해 러시아를 도우며 러시아와 맹방이 된 상황에서 우크라전 종전 없이 북미 양자의 대화는 러시아가 반대할 공산이 크다.
또 북한도 올해 하반기엔 ‘내치’에 집중하겠다는 신호를 지속해서 발신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과도하게 대화를 요구한다면 북한의 입장에선 ‘진의’를 의심할 수도 있다. 북한의 입장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들을 진정한 대화 상대로 삼는 게 아니라 트럼프 개인의 성과를 위해 외교적 제스처를 보내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북미대화 재개시 한반도에 대한 영향력 확장을 우려한 중국이 러시아에 이어 북한을 자신들 쪽으로 당기거나, 미국과의 관세 협상에 어깃장을 놓는 방식으로 개입할 가능성도 있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임기 중 김 총비서를 만나려 할 가능성은 매우 높다”라며 “그러나 이를 위해선 일단 우크라이나 전쟁, 그리고 관세 등으로 인한 중국과의 갈등이 해결돼야 한다”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