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의 카타르 액화천연가스(LNG) 시설 공격에 대해 세계 최대 가스전인 ‘사우스파스(South Pars)’를 형체도 없이 파괴하겠다며 전례 없는 초강수를 뒀다고 영국 가디언(The Guardian)이 19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이스라엘이 지난 18일 이란 본토의 사우스파스 가스전을 기습 타격하자, 이란이 카타르의 라스라판(Ras Laffan) LNG 허브에 미사일 보복을 가하며 중동 전체가 ‘에너지 전면전’의 소용돌이에 빠져드는 모양새다.
‘자원 무기화’에 맞불 놓은 트럼프… 묵인인가 전략적 선택인가
이번 사태의 핵심은 이스라엘이 이란 내 화석연료 생산 시설을 직접 타격하며 갈등의 문법을 바꿨다는 점이다.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이란 가스 처리 용량의 약 20%가 마비된 가운데, 이란은 즉각 카타르와 아랍에미리트(UAE)의 에너지 심장부를 정조준하며 맞대응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겉으로는 “이스라엘의 독자적 행동”이라며 선을 긋고 있으나,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미 주요 언론의 보도를 종합하면 백악관이 호르무즈 해협 개방을 압박하기 위해 이스라엘의 카드를 전략적으로 묵인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업계에서는 트럼프의 “사우스파스 초토화” 발언을 단순한 수사적 위협이 아닌, 미국의 에너지 지배력을 확고히 하려는 포석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카타르 LNG 17% 마비… ‘동북아 에너지 안보’에 떨어진 불호령
가장 큰 문제는 세계 LNG 공급의 중추인 카타르 라스라판 허브의 피해 규모다. 카타르에너지(QatarEnergy) 측은 이번 공격으로 전체 LNG 수출 용량의 17%가 차질을 빚게 됐으며 복구에도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이라고 밝혔다.
국내 에너지 시장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한국에 미칠 파급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카타르는 한국 전체 LNG 수입량의 25% 이상을 차지하는 최대 공급국이기 때문이다.
산업연구원(KIET)이 19일 발행한 보고서에 따르면,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현실화될 경우 국제 LNG 가격은 단기적으로 60~90%, 장기적으로는 최대 200%까지 폭등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수급 불안은 이미 국내 에너지 시장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카타르의 생산 차질과 해협 봉쇄가 겹칠 경우, 대체 물량을 확보하려는 국가 간의 ‘웃돈’ 경쟁이 국제 현물 시장에서 격화될 수밖에 없다.
실제 지난 19일 유럽 천연가스 가격이 23% 급등한 것을 두고 시장 참여자들 사이에서는 “본격적인 가격 폭등의 시작에 불과하다”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트럼프 리스크’와 에너지 믹스 재편의 기로
트럼프 행정부의 강경 대응은 단기적으로 유가와 가스 가격을 끌어올려 미국 에너지 기업들에게는 호재가 될 수 있으나, 한국과 같은 수입국들에게는 가혹한 시련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사우디아라비아까지 이란의 미사일 사정권에 들어가면서 중동 내 우방국들의 결속력도 시험대에 올랐다.
국내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정부와 에너지 공기업들은 현재 비상 수급 계획을 가동 중이나 수입 원가 상승에 따른 가스요금의 급격한 인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앞으로의 관전 포인트는 미 해군 주도 다국적 연합군의 해협 통제권 회복 속도와 이란의 추가 도발 여부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