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경기침체(Recession) 우려 확산에도 불구하고 철강 및 알루미늄에 대한 25%의 관세를 예정대로 오는 12일 0시(미국 동부 표준시 기준)부터 부과한다.
트럼프 2기 행정부 들어 국가가 아닌 전 세계 제품을 상대로 한 첫 추가 관세로, 한국산 제품 역시 트럼프 2기 들어 처음 추가 관세 부담을 지게 됐다. 이에 주요 철강·알루미늄 상품의 대미 수출 차질이 현실화하게 됐다.
이번 철강 및 알루미늄에 대한 관세는 외국산 수입제품이 미국 국가안보에 위협이 될 경우 긴급하게 수입을 제한할 수 있도록 허용한 미국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른 것으로, 트럼프는 지난 2월 10일 관련 포고문에 서명했다.
포고문은 수입 철강에 예외를 두지 않고 25% 관세를 부과하고, 알루미늄은 기존 10%의 관세를 25%로 상향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첫 임기 때인 2018년에도 철강 및 알루미늄에 대해 25%의 관세를 부과했다. 당시 한국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상과 연계해 관세를 면제받는 대신, 대미 수출량을 2015~2017년 3년 평균 수출량의 70%로 제한하는 쿼터를 설정했었다.
이번에 트럼프 대통령은 포고문에서 한국을 비롯해 멕시코, 캐나다, 유럽연합(EU), 일본 등에 적용하던 예외 조치를 모두 폐지했다. 대신 모든 수입 철강 및 알루미늄 제품에 기존에 부과하던 관세에 25%의 관세를 추가로 부과한다.
따라서 한국 철강 및 알루미늄 제품에는 25%의 관세가 부과되며, 중국의 경우 기존 25% 관세에 최근 부과한 20% 전면 관세는 물론 이번 25%의 관세까지 더해 70% 이상의 관세가 부과될 것으로 예상된다.
관세 적용 예외는 미국에서 제강된 철강제품 또는 제련, 주조된 알루미늄 제품을 다른 국가에서 가공해 다시 수입되는 경우에 한한다.
KOTRA(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에 따르면 이번 관세는 볼트, 너트, 스프링 등 철강 파생상품 155개, 알루미늄 파생상품은 11개를 대상으로도 즉시 부과된다.
범퍼, 차체, 서스펜션 등 자동차 부품, 가전, 부품 및 항공기 부품, 기계류 등에 적용되는 87개 품목(철강 12개, 알루미늄 78개)에 대해서는 미 상무부 추가 공고 시까지 관세 부과가 유예된다.
한국 철강 기업에 미국은 일본, 인도 다음의 비중을 차지하는 수출 시장이어서 포스코, 현대제철 등의 수출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철강업계와 한국무역협회 등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전체 철강 수출액에서 미국 비중은 약 13% 수준이다.
미국 상무부 산하 국제무역청(ITA)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대미 철강 주요 수출국은 캐나다(71.4억 달러, 23%), 멕시코(35억 달러, 11%), 브라질(29.9억 달러, 9%), 한국(29억 달러, 9%), 독일(19억 달러, 6%), 일본(17.4억 달러, 5%) 등의 순이었다.
한편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캐나다산 철강 및 알루미늄에는 ’25+25%’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가 잠시 후 보류했다. 캐나다 온타리오주는 미국 3개 주에 보내는 전기에 25%의 추가 요금을 부과하겠다고 밝혔다가, 트럼프 대통령이 즉각 철강 및 알루미늄 관세 상향으로 대응하자 이를 취소했다.
미국은 이번 철강·알루미늄을 시작으로 4월 2일부터는 자동차, 반도체, 의약품 등 한국의 수출 품목에 대한 25%의 관세에 더해 상대국의 관세율 및 비관세 무역장벽까지 고려한 ‘상호관세’까지 예고하고 있다.
관세를 앞세워 ‘무역 전쟁’에 나선 트럼프 대통령은 경기 침체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그는 지난 10일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경기침체를 예상하느냐’는 질문에 “우리는 과도기에 있다. 우리가 하는 것은 부(富)를 미국으로 다시 가져오는 큰일이며, 여기에는 시간이 조금 걸린다”라고 했다.
트럼프의 ‘강공’ 속에 월가 등 대형 은행들은 경기 침체 가능성을 속속 높여 잡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JP모건체이스는 올해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질 확률을 30%에서 40%로 높였다. 미 월가는 국내총생산(GDP)이 2개 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경우를 경기 침체로 본다.
애틀랜타 연준은 최근 올해 1분기 미국의 GDP가 1.5% 역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치를 내놓은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