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과 세수가 예상되는 상황에서도 정부가 한국은행에서 17조 원을 빌려 쓴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에서 일시 차입을 재개한 것은 석 달 만이다.
일시적인 자금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한 차입이지만, 대규모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앞둔 상황에서도 자금 부족이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5일 한은이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성훈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달 한 달 동안 한은에서 17조 원을 차입했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5조 원을 빌린 뒤 올해 1월 전액을 상환했고, 1~2월에는 추가 차입이 없었지만 지난달 다시 대규모 차입에 나섰다.
지난달 차입액 17조원 가운데 3조 7000억 원을 상환했으나, 나머지 13조 3000억 원은 월말까지 갚지 못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한은에 76억 8000만 원의 이자를 지급해야 했다.
정부는 지난해에도 연간 누적 164조 5000억 원을 한은에서 일시 차입하며 1580억 9000만 원의 이자를 부담했다. 이는 2024년(173조 원)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큰 규모다.
특히 지난해 12월에는 5조 원을 차입하고도 연말까지 약 1조 3000억 원의 국방비를 지급하지 못해 논란이 일었다.
한은의 대정부 일시 대출은 세입과 세출 간 시차로 발생하는 단기 자금 부족을 메우기 위한 제도로, 일종의 ‘마이너스 통장’과 유사한 구조다.
이 제도를 자주 활용할수록 세입 대비 세출이 앞서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실제로 2021년 61조 3000억 원, 2022년 52조 6000억 원의 초과 세수가 발생했지만, 2023년에는 56조 4000억 원, 2024년에는 30조 8000억 원의 세수 결손이 나타나는 등 재정 흐름의 변동성은 커진 상태다.
올해 역시 반도체 경기 호황과 증시 호조 등에 따른 25조 2000억 원 규모의 초과세수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됐다.
정부의 일시 차입이 매년 반복돼 온 만큼 보다 정교한 재정 운영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박성훈 의원은 “정부가 초과 세수에도 시급한 자금 흐름을 관리하지 못해 막대한 규모의 ‘돌려막기’를 한 셈”이라며 “방만한 재정 운용을 멈추고 마이너스 통장 의존을 중단해야 한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