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N- 컴퓨터와 스마트폰 같은 디지털 기기를 사용하는 노년층이 치매에 걸릴 확률이 오히려 낮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텍사스 소재 대학 연구팀이 발표한 이번 메타 분석 결과에 따르면, 기술 사용은 인지 장애 발생 위험을 42% 줄이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연구는 2000년대 이후 발표된 57개 관련 논문을 종합한 것으로, 총 41만여 명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분석이 이뤄졌다. 연구 대상은 평균 68세의 성인이었으며, 주로 컴퓨터, 스마트폰, 이메일, 인터넷, SNS 등의 기술 사용 여부가 평가됐다.
공동 연구자인 자레드 벤지 박사(텍사스대학교 오스틴캠퍼스)는 “교육 수준, 소득, 생활 습관 등 다른 요인을 감안해도 기술 사용의 긍정적 효과가 일관되게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일명 ‘디지털 치매’ 가설에 의문을 제기한다. 이는 기술에 의존하면 기억력과 사고력이 감퇴된다는 주장으로, 특히 스마트 기기의 과도한 사용이 치매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우려를 담고 있다. 하지만 연구팀은 “분석한 136개 연구 중 기술 사용이 인지 기능 저하와 관련이 있다는 보고는 단 한 건도 없었다”고 밝혔다.
다만 SNS 사용의 경우, 효과가 일정하지 않아 향후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브라이검 여성병원 크리스토퍼 앤더슨 박사는 “이 연구는 지난 20년간의 연구를 총망라한 결과로 매우 정밀하게 설계됐다”며, “무조건 기술을 오래 사용해도 괜찮다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연구진은 기술 사용이 인지 기능 보호에 도움이 되는 이유로 ▲두뇌 활동 자극 ▲정보 학습 및 처리 ▲사회적 연결 유지 등을 꼽았다. 특히 새로운 기술을 배우는 과정 자체가 뇌에 긍정적인 자극이 된다는 것이다.
벤지 박사는 “이번 결과는 무의미한 화면 소비를 권장하는 것이 아니라, 디지털 기술을 건설적으로 활용하는 방식이 뇌 건강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기술 사용이 치매 예방의 ‘전가의 보도’는 아니지만, 적절히 활용할 경우 인지 기능 유지에 분명한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데 의견을 모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