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Tesla)가 미국 연방 전기차 세금 공제(보조금) 종료에 맞춰 주력 SUV ‘모델 Y(Model Y)’의 저가형 버전을 새로 선보였다.
새 모델은 ‘스탠더드(Standard)’ 버전으로, 가격은 3만7,990달러(약 5,200만 원)로 책정됐다. 이는 기존 기본형보다 약 15% 저렴하며, 주행거리는 상위 모델 대비 약 10% 짧다.
이번 모델은 자동 조향 기능, 2열 터치스크린, 열선 시트 등 일부 기능이 빠진 ‘간소화 버전’이다. 동시에 테슬라는 세단형 모델 3(Model 3)의 저가형(3만6,990달러)도 함께 공개했다.
■ EV 보조금 종료 후 판매 둔화 대비책
테슬라의 이번 결정은 전기차 보조금 종료 이후 미국 내 수요 둔화를 예상한 대응책으로 분석된다.
지난 9월, 미 소비자들이 세금 공제 혜택이 끝나기 전 차량을 서둘러 구매하면서 3분기 글로벌 인도량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향후 분기에는 매출 둔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테슬라 주가는 발표 직후 4% 이상 하락했다.
■ 경쟁사들, 내연기관·하이브리드로 회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차량 배출가스 규제를 완화하겠다고 밝히면서, 포드(Ford)·GM·스텔란티스(Stellantis) 등 경쟁사들은 가솔린 및 하이브리드 라인업 확대에 나서고 있다.
이는 EV 시장 성장 둔화와 픽업트럭·SUV의 높은 이익률을 노린 전략으로 평가된다.
■ 전문가 “저가 전략, 수익성 악화 위험”
전문가들은 “가격 인하로 판매는 늘릴 수 있으나 이익률 하락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테슬라 엔지니어링 총괄 라스 모라비(Lars Moravy)는 “이번 저가형 모델은 매출이나 마진에 부정적 영향을 주지 않도록 설계됐다”고 강조했다.
■ 유럽·중국 시장서 경쟁 심화
미국 내 정책 변수 외에도, 일론 머스크의 정치적 발언과 BYD(중국 비야디)의 급성장이 테슬라의 유럽 시장 점유율 하락에 영향을 주고 있다.
BYD는 영국에서 올해 테슬라를 제치며 판매량이 전년 대비 10배 가까이 급증했다. 올해 글로벌 판매량은 BYD 160만 대, 테슬라 120만 대로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 “AI·로보택시로 방향 전환 중”
머스크 CEO는 최근 AI(인공지능)와 자율주행 로보택시 분야로의 전환을 강조하고 있지만, 향후 10년간 1조 달러 규모의 보상 패키지를 받기 위해서는 수백만 대 추가 판매와 기술적 성과 달성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파이낸셜타임스는 “테슬라의 저가 전략은 단기 수요를 끌어올릴 수 있지만, 글로벌 경쟁 심화와 정책 변화 속에서 수익성과 브랜드 가치의 균형이 관건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