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행정부가 현재 심리 중인 관세 소송의 재판부에 “관세 정책을 유지하지 않으면 정부가 재정 파탄에 이를 수 있고, 수십 억 달러의 관세를 환불해야 할 경우 경제 대공황에 빠질 수 있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13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정부 측 대리인단은 지난 11일 미 워싱턴DC 소재 연방순회항소법원에 이런 내용을 담은 서면을 제출했다.
정부 측은 서면에서 △관세 무효 판결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외교 정책을 약화시키고 △최근 체결한 무역 합의를 위태롭게 하고 △정부가 재정 파탄에 빠져 ‘1929년식 결과'(경제 대공황)를 낳을 수 있으며 △사회보장제도와 메디케어 재정을 위협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8일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법원이 우리에게 불리한 판결을 내린다면 이 막대한 금액(관세)을 회수하거나 다시 지불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라며 “패소가 ‘대공황’을 촉발할 수 있다”고 적었다.
경제학자들은 이런 주장의 근거가 부실하다고 보고 있다. 미국 정부가 대규모 부채와 함께 운영된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닌 데다, 사회보장제도와 메디케어 재원은 주로 급여세로 조달된다는 것이다.
제시카 리델 맨해튼 연구소 수석연구원은 “2조 달러(약 2700조 원)의 적자, 7조 달러(약 9450조 원)의 예산 속에서 관세 수입은 판도를 바꾸는 요소가 아니다”라며 “(관세 환급이) 예산을 뒤흔들지는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 재무부에 따르면 지난달까지 관세를 통한 세수 창출 규모는 약 1520억 달러(약 205조 2000억 원)다.
연방순회항소법원 전원합의체는 뉴욕의 주류 수입업체 등 소규모 업체 5곳과 12개 주 정부가 트럼프 행정부를 상대로 낸 소송 항소심을 심리 중이다.
원고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1977년 제정된 ‘국제비상경제권법(IEEPA)’을 근거로, 의회 승인 없이 4월 2일 상호관세 등 대규모 관세를 부과한 것은 대통령 권한을 넘어선 행위라고 주장하고 있다.
IEEPA는 국가비상사태 시 대통령이 외국과의 금융·무역 거래를 규제할 수 있도록 하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앞서 지난 5월 미 국제무역법원(CIT)은 IEEPA에 근거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부과는 대통령 권한을 넘어서는 행위로 위법하다고 판결하고 해당 조치를 철회하도록 명령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은 IEEPA가 정하고 있는 ‘비상사태’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판단이었는데, 트럼프 행정부가 즉각 항소하면서 1심 판결의 효력은 일시 정지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