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SWEEK-트럼프 행정부가 미국 시민권 시험과 전문직 취업비자(H-1B) 제도에 대한 대대적인 개편을 예고했다. 조셉 에들로 미 이민서비스국(USCIS) 국장은 25일(금) 뉴욕타임즈 인터뷰에서 “현재 시민권 시험은 너무 쉽고, H-1B 제도는 미국 노동시장을 보완하기보다 대체하고 있다”며 강도 높은 개혁 의지를 밝혔다.
“현재 시민권 시험, 법 정신에 부합하지 않아”
에들로 국장은 “지금의 시민권 시험은 단순 암기만으로도 쉽게 통과할 수 있으며, 이는 법의 취지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1기 시절인 2020년에는 시험 문항이 128개로 늘어나고, 통과 기준도 20문항 중 12개 정답으로 상향 조정됐으나, 바이든 정부는 이를 다시 원래대로 되돌렸다.
USCIS는 향후 2020년 트럼프식 개정안 모델로 회귀할 계획이며, 이르면 연말께 새로운 시험안이 발표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H-1B 비자, “로또식 추첨제 폐지·고임금 기업 우선”
미국 내 첨단기술 인력 수급의 핵심 통로로 평가받는 H-1B 비자 제도도 중대 변화를 앞두고 있다. 에들로 국장은 “H-1B는 미국 경제와 일자리를 보완(supplement)해야지, 대체(supplant)해서는 안 된다”며, 무작위 추첨 방식이 아닌 고임금 제안 기업 중심의 ‘가중치 선택제(weighted selection)’ 방식으로 개편하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개혁은 저임금 외국인 노동자 채용을 선호하는 일부 대기업에 대한 구조적 비판에서 비롯된 것으로, 공정성과 생산성 향상이 주된 명분이다.
반응 엇갈려… “고임금 위주? 젊은 인재는 어쩌나”
전문가들의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자유시장 연구기관 케이토연구소(Cato Institute)의 데이비드 비어는 “고임금 중심 제도는 은퇴 직전 고령 인력에게만 유리하고, 미국에서 막 졸업한 젊은 인재들의 기회를 앗아간다”고 비판했다. 그는 “시민권 시험이 쉽다고 하는데, 그 시험은 미국인들도 대다수가 떨어질 정도”라고 일침을 날렸다.
반면 비자정책 개선을 촉구해온 경제혁신연구소(EIG)는 “현재의 로또 방식은 진정한 고급인재를 뽑는 데 실패하고 있다”며 “고임금, 고숙련 중심의 선발 방식이야말로 미국의 혁신과 경쟁력을 위한 기회”라고 환영했다.
향후 전망: “행정부 단독 추진 어려워, 의회 협조 필수”
현재 USCIS는 시민권 시험 방식은 자체 규정으로 개편할 수 있지만, H-1B 비자 선발 방식은 법률과 타 부처 협의가 필수다. 특히 의회 내 이민법 전반 개정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이번 행정부 제안이 어떤 방향으로 제도화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선 캠페인에서 “법질서와 기술인재 중심 이민”을 기치로 내걸고 있는 만큼, 이번 USCIS 발표는 2025년 대선 레이스와도 맞물려 향후 이민정책 방향의 분수령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