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화당 대선 경선에서 10일(현지시간) 중도 하차한 크리스 크리스티 전 뉴저지 주지사가 같은 당 경선후보인 니키 헤일리 전 유엔 대사를 두고 한 민망한 발언이 생중계됐다.
로이터 통신과 일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크리스티 전 주지사는 이날 뉴햄프셔주 윈덤에서 공화당 당원들과 가진 타운홀 미팅에서 “내가 (후보) 지명을 받을 수 있는 길이 없다는 게 분명해졌다”며 “오늘 밤 선거 운동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오는 15일 아이오와주에서 열리는 공화당 코커스(당원대회)를 시작으로 11월 본선까지 대선 레이스가 펼쳐지는데, 크리스티 전 주지사가 지난 9일 공표된 당내 여론조사(로이터·입소스)에서 지지율이 2%에 그치는 등 부진을 면치 못했다.
외신들도 소식통을 인용해 그의 사퇴를 예고했던 터라 이날 하차 선언은 예견된 수순이었다. 그러나 하차 선언 직후 이어진 크리스티 전 주지사의 사담이 미처 꺼지지 않은 마이크를 타는 바람에 뜻하지 않게 현지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았다.
크리스티 전 주지사는 자신의 동료를 향해 “헤일리는 결국 ‘박살날 것(get smoked)”이라고 말했다. ‘get smoked’는 ‘누군가에게 크게 패배한다’는 의미의 속어다. 이어 “헤일리가 TV 광고에만 6800만달러(약 890억원)를 쏟아부었다”며 “그녀는 그것(패배)을 감당할 수 없다”고 단언했다.
그러면서 당내 또 다른 경선후보인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에 대해선 “자신에게 전화를 걸어 ‘겁에 질렸다’고 말한 적 있다”고 전했다. 다만 이때부턴 마이크가 꺼져 둘 사이에 어떤 통화가 이뤄졌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문제의 발언이 생방송으로 송출되자 공화당 유력 경선주자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즉각 자신이 설립한 소셜미디어 ‘트루스 소셜’을 통해 “크리스티가 헤일리에 대해 매우 진실한 발언을 했다”고 추켜세웠다.
또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아이오와에서 자신의 지지자들을 상대로 진행한 타운홀 미팅 도중 “나는 헤일리를 잘 알고 있다”며 “크리스티가 몇 안 되는 옳은 일을 했다”고 재차 언급했다.
당사자인 헤일리와 디샌티스 캠프 측은 논평을 거부했다. 다만 디샌티스 주지사는 자신의 엑스(X·구 트위터) 계정에 “헤일리가 박살 날 것이라고 말한 크리스티의 발언에 동의한다”고 적었다. 이들은 이날 아이오와주 디모인에서 CNN방송이 주관한 공화당 경선후보 TV 토론회에서 격돌했다. 이 자리에 트럼프 전 대통령은 불참했다.
헤일리 전 대사는 9일 로이터·입소스 여론조사에서 공화당 내 지지율 2위(12%)를 기록했지만, 1위인 트럼프 전 대통령(48%)과의 격차를 좁히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디샌티스 주지사의 지지율은 11%로 헤일리 전 대사와 치열한 2·3위 싸움을 벌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