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키 헤일리 전 유엔 대사가 미국 공화당 워싱턴 DC 프라이머리(예비선거)에서 경쟁자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제치고 승리했다.
지난 1월 15일(이하 현지시간) 아이오와주(州) 코커스(당원대회)를 시작으로 2일 미주리주, 아이다호주, 미시간주 경선까지 9연패 끝 얻은 ‘값진 1승’이다.
그는 이번 승리로 미국 역사상 공화당 경선에서 이긴 첫 번째 여성으로도 등극했다.
3일 로이터 통신, CNN, 워싱턴 포스트(WP) 등에 따르면 이번 선거는 지난 1일부터 이날까지 사흘에 걸쳐 워싱턴 다운타운에 있는 한 호텔에서 진행됐으며, 개표 결과 헤일리 전 대사는 63%(62.8%), 트럼프 전 대통령은 33%(33.3%)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헤일리 전 대사는 이로써 이 지역구에 걸린 대의원 19명을 모두 확보하게 됐다. 그는 이번 승리를 발판으로 오는 5일에 진행될 ‘슈퍼 화요일'(16곳 동시 경선)에 박차를 가할 전망이다.
헤일리 전 대사 측 대변인 올리비아 페레즈-쿠바스는 성명을 통해 “워싱턴 공화당원들이 트럼프와 그의 모든 혼란을 거부하고 있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고 평했다.
앞서 헤일리 전 대사는 지난 1일 워싱턴 DC에서 연 집회에서 100명이 넘는 지지자들과 만나 “누가 DC에 공화당이 없다고 말하겠느냐”며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
반면 트럼프 전 대통령 측 대변인 캐롤라인 레빗은 워싱턴 DC가 기득권 공화당원들로 가득한 ‘오물’이라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주장을 빗대 헤일리 전 대사 측을 공격했다.
그는 “니키는 미국 전역에서 철저히 거부당했지만, 실패한 현상 유지를 지키려는 로비스트들과 DC의 내부자들에 의해 ‘오물의 여왕’으로 등극했다”고 비꼬았다.
워싱턴 DC는 민주당 성향이 강한 곳으로, 등록된 공화당원은 약 2만3000명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WP에 따르면 이번 경선에는 이 중 2035명 정도가 참여했다.
이는 이번 승리가 일시적일 뿐 ‘트럼프 대세론’을 꺾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의 이유이기도 하다.
CNN은 “헤일리의 이번 승리는 그리 놀랍지 않다. 워싱턴의 많은 사람들은 이번이 헤일리가 예비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는 유일한 기회라고 믿었다”며 “워싱턴의 공화당에 대한 지지율은 트럼프의 우세를 반영하지 못한다”고 전했다.
이어 “이 선거구는 공화당 대선 후보를 지지한 적이 없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의 소셜미디어(SNS) 트루스 소셜을 통해 “나는 의도적으로 DC 투표를 멀리 했다”며 “대의원 수가 거의 없고 장점도 없는 늪이기 때문”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헤일리 전 대사는 이번에 대의원 19명을 확보했지만,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지금까지 총 대의원 수는 43명으로, 244명을 확보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비해 크게 뒤처진다. 공화당 대선 후보로 지명되려면 대의원 2429명 중 과반(1215명 이상)이 필요하다.
특히 슈퍼 화요일 경선에는 대의원 전체 중 36%(874명)가 걸려있는데, 미 언론 대다수는 슈퍼 화요일에 트럼프 전 대통령이 ‘완승’을 거둘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은 이로써 오는 12일이나 19일 정도에는 ‘대의원 과반’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헤일리 전 대사의 슈퍼 화요일 이후 행보도 주목되고 있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헤일리가 화요일 경선 이후에도 캠페인을 계속할 계획이라는 신호를 보내지 않았다”며 “그는 1일 오전 기자들과 만났을 때 ‘슈퍼 화요일에 대해서만 생각하고 있다’고 말하고 그 이후 계획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어 “헤일리는 월요일(4일)에 텍사스에서 선거 운동을 할 예정이지만, 화요일에는 공개 행사나 선거의 밤과 같은 모임이 예정돼 있지 않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