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의 기운은 이미 우리에게 왔다. 타이브레이커(1위 결정전) 안 했잖아요.”
LG 트윈스 포수 박동원(35)의 한 마디에 기자회견장이 폭소에 빠졌다. 박동원은 ‘어부지리’로 정규시즌 1위를 한 자체로도 이미 기운이 온 것이라며 통합 우승을 자신했다.
박동원은 27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5 신한 SOL뱅크 KBO 한국시리즈(KS·7전 4선승제) 2차전 한화 이글스와의 경기에서 7번타자 포수로 선발 출장해 4타석 3타수 2안타(1홈런) 2득점 4타점으로 맹활약, 팀의 13-5 승리를 이끌었다.
박동원은 이날 타석에서 ‘류현진 공략’의 선봉에 섰다. 0-4로 끌려가던 2회말 무사 만루에서 추격의 2타점 2루타를 때렸고, 5-4로 역전한 3회말 2사 1루에선 좌측 담장을 넘기는 2점홈런을 쏘아 올렸다. 류현진이 내준 7점 중 4점이 박동원의 몫이었다.
박동원은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류현진 선수는 월드시리즈까지 경험한 한국 야구 역사상 최고의 투수”라고 치켜세운 뒤 “워낙 제구가 좋은 투수라 하루에 실투 하나 왔을 때 못 치면 안타 없는 건데, 오늘은 굉장히 운이 좋았다”고 했다.
2회말엔 전에 없던 적극적인 주루도 돋보였다. 그는 2타점 적시타를 때린 뒤 2루에 전력 질주 끝에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으로 들어갔고, 이후 구본혁의 적시타 때는 3루를 돌아 홈까지 질주해 동점을 이끌었다.
박동원은 “슬라이딩을 잘 못하는 편인데 어떻게든 살아보겠다고 발악했다”면서 “홈에 들어올 때는 너무 열심히 뛰어서 다리가 풀릴 정도였다. 들어가면 동점이라는 생각으로 앞만 보고 뛰었는데 득점이 돼서 기뻤다”며 빙긋 웃었다.

다만 1회초 대량 실점한 부분에 대해선 포수로서 아쉬움이 남았다. 이날 임찬규는 1회초 직구 위주의 볼 배합을 가져가다 대거 4실점 했는데, 포수 박동원의 리드 영향이었다.
박동원은 이에 대해 “어제(1차전)는 상대 타자들에게 오히려 변화구를 많이 공략당했다”면서 “직구에 대한 감각이 안 좋다고 보고 그렇게 갔는데 결과가 좋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1차전에서 8득점, 2차전에서 13득점을 쏟아내며 쾌조의 타격감을 과시한 LG는 대전 원정으로 열리는 29일 3차전에선 리그 최고의 투수 코디 폰세를 상대해야 한다.

그러나 박동원은 크게 개의치 않는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는 “우주의 기운은 이미 저희한테 왔다”고 했다.
LG는 시즌 막판 정규시즌 우승 매직넘버 ‘1’을 남기고 급격히 경기력이 떨어졌다. LG가 우승을 확정 지은 1일에도 NC 다이노스에 패했는데, 같은날 한화가 마무리 김서현의 난조로 9회말에만 2점홈런 2방을 맞고 패하면서 LG의 우승이 확정됐다.
박동원은 “NC에 졌을 때 타이브레이커 가겠다고 생각했다”면서 “타이브레이커 안 한 것 자체로 우리에게 기운이 온 것”이라며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