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번 이내 1000만원, 10~50번 500만원.”
아파트 분양권 웃돈도, 입주권 웃돈도 아니다. 선착순 공급 순번표 값이다. 청약시장 한파 속 아파트 선착순 공급이 증가한 가운데 일부 단지에서 순번표를 사고 파는 신종 거래가 등장했다. 그러나 주택 공급질서 교란 행위 등으로 처벌 받을 수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일반적으로 본 청약과 무순위 청약에서 주인을 찾지 못한 물건은 선착순으로 공급된다. 이 경우 해당 물건에 한정해 계약자가 원하는 동호수를 지정할 수 있다.
18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한 부동산 커뮤니티에 경기 광명시 ‘철산자이 더 헤리티지’의 선착순 공급 순번표를 사겠다는 게시글이 다수 등록된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단지는 이날 선착순 순번별 동호수 지정 및 계약을 진행한다.
매수 희망자가 원하는 순번은 100번 이내로, 적게는 수백만원에서 최대 1000만원까지 웃돈이 붙었다. 부동산 커뮤니티 한 회원은 철산자이 더 헤리티지 순번표 구매 의사와 함께 “10번 이내 1000만원, 10~50번 500만원에 산다”고 밝혔다.
현행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에는 미계약 잔여 물량 배정 관련 규정이 없다. 건설사 재량인데 보통 미분양 물량을 빨리 소진하기 위해 동호수까지 지정할 수 있는 선착순 분양을 주로 활용한다.
최근 미분양 물량이 늘면서 선착순 공급도 증가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지난해 2분기까지 100%를 유지하던 서울의 초기분양률이 지난해 4분기 20.8%까지 떨어졌다.
(부동산 커뮤니티 갈무리) |
동호수 지정이라는 메리트로 실수요자뿐만 아니라 투자자까지 순번표 매수에 나선 것으로 업계는 분석했다. 그러나 선착순 잔여물량 등을 정확히 파악하기 어려워 자칫 순번표 값만 날릴 수 있는 데다 처벌까지 받을 수 있어 거래를 지양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서진형 공정주택포럼 공동대표(경인여대 교수)는 “순번표를 샀는데 원하는 동호수가 이미 다 빠졌거나 차례가 돌아오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며 “거래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경고했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음성적 거래는 적발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면서도 “적발 시 (주택) 공급질서 교란 행위로 과태료 등 처분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