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체에서 큰 장기 중 하나인 간은 흔히 ‘거대한 화학공장’에 해당한다. 체내 대사 과정의 중심축 역할을 하며, 우리 생명을 유지하는 데 필수적인 수많은 공정을 담당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런 간의 염증이 방치될 경우 발생하는 치명적인 진행 단계에 있다.
염증이 반복되면 간 조직이 딱딱하게 굳는 ‘간 섬유화’가 나타나고, 이게 심해지면 간 전체가 기능을 잃고 굳어버리는 간경변증으로 나빠진다. 이 단계에 이르면 간세포암, 즉 ‘간암’으로 발전할 위험이 매우 커진다.
송명준 가톨릭대 대전성모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25일 뉴스1에 “간은 손상될 때까지 증상이 없다. 배에 물이 차는 복수나 다리가 붓는 하지 부종이 동반되기 시작했을 때는 이미 간 기능이 상당히 소실됐을 수 있다”면서 “정기 검진과 올바른 생활 습관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송 교수에 따르면 간의 주요 기능은 방대하다. 섭취한 영양소를 에너지로 변환해 저장하는 대사는 물론 해독 작용을 한다. 지방 소화를 돕는 담즙을 만들고, 혈액 응고와 혈압 유지에 필수적인 알부민을 생산하며 외부 세균으로부터 몸을 보호하는 면역 조절 기능까지 도맡고 있다.
간질환은 바이러스성과 비바이러스성으로 나뉜다. 국내에서 가장 흔히 꼽히는 바이러스 간염에는 A, B, C형이 있다. A형은 주로 오염된 음식이나 물을 통해 감염돼 급성 간염을 일으키지만, B형과 C형은 혈액이나 체액을 통해 감염돼 만성질환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비바이러스성 요인으로는 식습관으로 인한 대사이상 지방간, 과도한 음주에 의한 알코올성 간염, 그리고 면역 체계가 자기 간세포를 공격하는 자가면역성 간염 등이 있다. 간염은 방치될수록 치명적이다. 또 무증상이기에 알아차릴 때쯤 이미 간 기능이 소실된 경우가 많다.
송 교수는 “간은 스스로 회복하려는 성질이 강해 세포가 파괴되고 굳어가는 ‘섬유화’ 과정 중에도 남은 세포들이 무리하게 기능을 유지한다. 결국 환자가 극심한 피로나 이상을 느껴 병원을 찾았을 때는 이미 손쓰기 어려운 ‘말기’ 상태인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간이 멈추면 온몸에 치명적인 합병증이 쏟아져 나온다. 혈액 순환이 막히면 식도나 위의 혈관이 부풀어 오르다 터지는 ‘정맥류 출혈’이 발생해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 또한 걸러지지 않은 독소가 뇌로 흘러 들어가 성격이 변하거나 혼수상태에 빠지는 ‘간성뇌증’을 유발하기도 한다.
이는 결국 ‘간암’이라는 최악의 결과로 이어질 확률이 매우 높다. 만성 간염에서 시작해 간경변증을 거쳐 간암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은 재발이 잦고 치료가 까다로워 예후가 좋지 않다. 간질환은 40~50대의 주요 사망 원인으로 꼽히며 막대한 사회적 손실을 야기하고 있다.
이와 함께 송 교수는 “간과 근육이 유기적으로 연관돼 있다”고 강조했다. 간은 우리 몸의 에너지 창고이며, 근육은 그 에너지를 소비하는 가장 큰 기관이다. 이 둘은 ‘간-근육 축(Liver-Muscle Axis)’이라 불리는 긴밀한 협력 관계를 맺고 있다.
간에서 생성된 에너지는 근육으로 이동해 활동의 원동력이 되며, 반대로 근육은 간이 처리해야 할 대사 부담을 나눠 갖는 ‘제2의 간’ 역할을 수행한다. 문제는 노화로 인한 ‘근감소증(Sarcopenia)’이다.
송 교수는 “간 기능이 저하되면 근육 대사에 필요한 단백질 합성이 원활하지 않아 근육 소모가 빨라지는데, 실제로 지방간이나 간경변증 환자에게 근감소증이 동반될 경우 간질환의 진행이 가속화되고 사망 위험이 크게 높아지는 등 예후가 매우 나빠지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전했다.
이런 흐름 속에 최근 건강보조식품 ‘알부민’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알부민은 간에서 합성되는 핵심 단백질로, 혈관 내 삼투압 조절을 통해 수분 균형을 유지하고 영양소와 약물을 신체 곳곳으로 운반하는 중추적인 역할을 한다.

다만 시중에 유통되는 알부민 보조제는 대개 단백질이나 아미노산을 농축한 식품이지만, 간경변 환자의 복수 조절이나 신기능이 악화했을 때 처방되는 알부민은 혈액에서 정제한 주사제 형태의 의약품이라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이에 송 교수는 “보조제에 과도하게 의존하기보다는 반드시 전문의의 의학적 소견을 따르는 게 안전하다”며 “노년기 간 건강은 ‘허벅지 근육량’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충분한 단백질 섭취와 근력 운동을 병행하며 전문의와 함께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한편, 간 건강을 위해선 정기 검진과 올바른 생활 습관이 필수다. B형간염 백신 접종은 꼭 받아야 하며 A형간염은 영유아 국가 필수 예방접종 항목일 뿐만 아니라 항체가 없는 20~40대 성인에게도 접종이 적극 권고된다. 간경변, 간염 바이러스 보유자는 6개월마다 검진받아야 한다.
금연과 절주도 중요하다. 섬유질이 풍부한 식사를 유지하고 당 섭취를 줄여 지방간 질환을 예방하는 게 좋다. 당뇨, 고지혈증, 고혈압 등 만성질환 관리도 요구된다. 성분을 알 수 없는 약초나 농축액, 즙 등의 민간요법은 간에 부담을 주어 독성 간염을 유발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