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벽에 일어난 60대 여성 최 씨는 화장실을 다녀오다 물기가 남았던 타일에 미끄러져 엉덩방아를 찧었고, 큰 고통에 결국 응급실로 향했다. 대퇴부 골절을 진단받고 응급 수술을 마쳤으나 한 달 반가량 입원해야 했고, 결국 연말과 새해를 병원 병상에서 보내게 됐다.
최 씨와 같이 질병 외 미끄러짐으로 응급실을 이용하는 환자는 상당수가 60세 이상 고령층이었다. 특히 이들에게 미끄러짐 등의 낙상은 치명적인 골절로 이어질 수 있는데, 나이가 들면서 뼈의 강도가 약해지는 골다공증 환자는 더 주의해야 한다.
지난해 보건복지부 응급의료 통계연보에 따르면 이 기간 응급실 이용 환자는 연령대별로 60대(15.1%), 50대(12.9%), 80세 이상(12.8%) 순으로 나타났다. 응급실 이용 환자 중 질병 외 손상 기전은 미끄러짐(23.5%)이 가장 많았다. 부딪힘(16.5%), 기타(15%), 교통사고(14.8%) 순이었다.
특히 질병 외 미끄러짐으로 응급실 이용 환자의 절반 이상은 60세 이상 고령층이었다. 고령층에게 낙상은 골절로 이어질 수 있는데, 골다공증 환자는 주의해야 한다. 척추나 고관절 골절은 다양한 합병증 위험을 높여 생명까지 위협할 수 있다.
이미 약해진 뼈는 척추, 고관절, 손목 등 다양한 부위에서 또 부러질 수 있다. 한 번 골다공증 골절을 겪은 여성의 41%는 2년 내 재골절을 경험한다고 알려졌다. 치명률이 매우 높은 고관절이 한 번 부러지면 100명 중 1명은 2년 이내 반대쪽 고관절에도 골절을 겪을 수 있다.
팽성화 인제대 부산백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골다공증 환자의 뼈는 아주 작은 충격에도 쉽게 골절이 생길 수 있다”면서 “미끄러지거나 넘어지는 낙상은 물론이고 심한 경우 계단을 내려가거나 기침으로 인한 충격에도 뼈가 부러져 병원을 찾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팽 교수는 “많은 환자가 골절의 원인을 불행하거나 부주의로 인한 사고에서 찾지만, 사실은 골절을 예방할 수 있는 골다공증 치료를 제대로 받지 않은 게 원인”이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초고위험군에 골절 위험을 경고하고 예방을 위한 치료에 힘쓸 것을 당부하고 있다.
골절 발생 위험이 매우 큰 초고위험군에는 △최근 1~2년 이내에 골절을 경험한 환자 △골밀도 T-점수가 -3 미만인 환자 △이전 골다공증 골절 경험이 있으면서 T-점수가 -2.5 이하인 환자 △뼈에 나쁜 영향을 미치는 약제나 골다공증 약물 치료 중 골절이 발생한 환자 등이 포함된다.

골다공증 치료제는 새로운 뼈가 잘 생성되도록 돕는 골형성촉진제와 기존 뼈가 최대한 덜 파괴되도록 지키는 골흡수억제제가 있다. 최근 골 흡수 억제와 골 형성 촉진이 동시에 작용하는 로모소주맙 성분의 골형성촉진제가 골다공증 골절 초고위험군의 1차 치료제로 쓰이고 있다.
로모소주맙은 대규모 임상 연구를 통해 신속한 골절 위험 감소 및 골밀도 증가 효과가 확인된 바 있다. 골다공증 골절 초고위험군의 치료 목표는 골절 예방이기 때문에 의료 현장에서는 골형성촉진제를 우선 고려하고 있다.
팽 교수는 “골 형성 촉진과 골 흡수 억제의 이중 기전을 가진 로모소주맙은 골다공증으로 비어 있는 뼛속을 빠르게 채워 튼튼하게 유지하는 데 도움 된다”라면서 “골절은 고령층의 일상 활동을 어렵게 만들고, 수술이나 입원 치료가 필요하면 치료비나 가족 간병 부담이 증가한다”고 전했다.
따라서 뼈가 부러지지 않도록 생활 속에서 골절 예방에 신경 쓰고, 만약 골절을 겪게 되면 재골절 예방을 위한 치료에 힘쓰는 게 중요하다고 팽 교수는 당부했다. 예컨대 지팡이나 보행기 등 보행보조장치를 사용하고, 균형감을 높이기 위한 근력운동을 꾸준히 실천하는 게 요구된다.
신발이나 옷에 충격 완화 장치인 패드를 착용하면 만약 넘어지더라도 뼈가 부러지는 위험을 낮출 수 있다. 50세 이상 여성 등 골다공증 위험군은 골다공증 여부와 심각성을 파악하기 위한 골밀도 검사를 시행할 필요가 있다.